롯데 구단은 2일 "김민호 전 수석 코치와 전 소속 선수 나승현을 초등학교 티볼 교육을 담당할 순회코치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롯데는 지역 내 야구저변 확대와 성장기 청소년들의 체력증진 및 협동심과 인성 개발을 위해 부산광역시 교육청과 함께 부산지역의 전체 초등학교 308개교에 티볼장비를 보급할 예정이다. 김 전 코치와 나승현은 지역의 초등학교를 직접 방문하여 타격·수비·모의 게임 등의 티볼 기초 프로그램을 지도한다.
나승현의 행보가 주목된다. 그는 지난 11월 30일 발표된 롯데의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아직 은퇴하기엔 젊은 나이였기 때문에 현역 생활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 소속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여 제2의 야구 인생을 걷기로 했다. .
광주일고 에이스던 나승현은 지난 2006년 2차 드래프트 1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같은 해 류현진(LA 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 등 대어급 신인들이 있었지만 그의 이름이 먼저 불렸다. 2005년 모교의 황금사자기 우승과 봉황대기 준우승을 이끌며 주가가 올랐다. 140km 후반을 찍는 구속도 매력적이었다.
데뷔 첫 해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을 남겼다. 51경기(54⅓이닝)에 등판해 3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마무리 투수 부재에 시달리던 롯데 마운드에 큰 힘이 됐다. 그러나 그 해가 정점이었다. 이듬해 외국인 투수 호세 카브레라에게 마무리 투수 자리를 내줬고, 26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4.07에 그쳤다. 이후 3시즌 동안 평균자책점은 높아졌고, 이닝 소화 수는 줄어들었다.
2011년에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시작했다. 2012년 3승 5패 17세이브 방어율 4.68을 기록하며 재기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2013시즌을 앞두고 복귀한 팀에는 같은 사이드암 유형 투수인 정대현과 김성배가 있었다. 결국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도 평균자책점 9.91로 부진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동기들과 비교하면 초라한 현실이다. 한창 마운드를 누빌 나이에 은퇴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스타 출신이 반드시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비록 프로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칭 스태프는 아니지만, 이르다면 이른 나이에 지도자 경험을 하게 됐다. 향후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다. '비운의 투수'로 현역 생활을 마친 그의 야구 인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