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54) ㈜두산 지주부문 회장(54)이 두산그룹의 차기 회장을 맡을 예정이다. 박 회장은 두산 베어스의 구단주도 맡고 있다.
두산은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두산건설 회장을 겸하고 있는 박정원 회장이 두산 이사회 의장을 맡는 안건을 25일 주주총회 결의 안건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두산은 그동안 지주사 이사회 의장이 그룹 회장직을 수행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그룹 회장직을 (장조카인 박정원 회장이) 승계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박승직 창업주와 박두병 초대 회장을 거쳐 3세대인 박용곤, 장손 박정원 회장까지 4세 경영이 시작되는 것은 주요 재벌 가운데 두산 그룹이 처음이다.
박정원 회장은 2009년 3월부터 두산 베어스 구단주를 역임했다. 박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승계하더라도 구단주를 겸임할 가능성이 높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아직 야구단에 구체적인 변화는 없다. 앞으로의 과정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야구단을 워낙 좋아하시니까 (구단주를) 계속 맡으시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과거 박용곤 회장이 그룹 회장직과 구단주를 겸임했던 전례가 있다. 현재 NC(김택진)나 KIA(정몽구) 등 몇몇 구단도 구단주 대행을 두고 있지만, 그룹 오너가 구단주로 등록되어 있다. 그룹의 주요 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실적 악화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에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야구단이 모기업 경영 악화로 냉담한 시선을 받기도 했다. 향후 야구단 지원 규모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올해 1월 제일기획으로 편입된 삼성 라이온즈는 최근 구단 지원 규모를 줄이는 등 변화를 겪고 있다.
박정원 구단주는 야구단에 관한 열정과 애착이 상당하다. 매년 주말을 끼고 두산의 해외 전지훈련지를 찾아 선수단을 격려한다. 올 시즌에도 일본 미야자키 캠프를 찾았다. 쌀쌀한 날씨에도 관중석에서 두터운 점퍼를 입고 평가전을 지켜봤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외부 FA 영입보다 내부 자원 육성으로 강한 전력을 유지해왔다. FA 장원준을 영입한 2015년이 이례적이다.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어진 시의적절한 투자였다.
하지만 '화수분 야구'라는 별명을 얻게 한 육성 중시 방향은 여전하다. 지난 2013년 개장한 이천베어스파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두산 2군 훈련장에는 아시아에서 3개 밖에 없는 아쿠아치료실이 있다. 선수들의 신체 피로도 완화와 재활을 돕는 등 최신식 훈련지로 손꼽힌다. 김승영 구단 사장은 "박정원 구단주가 취임 뒤 가장 먼저 가보자고 한 곳이 바로 이천베어스필드였다. 구단주의 관심 아래 프로젝트에 착수, 최신식 장비와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구단주가 항상 '선수가 가장 오고 싶어하는 구단,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단을 만들자'고 한다. 모든 게 함축되어 있는 말씀"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구단주께서 실무진의 보고에 대해선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는 편이다"며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챙겨 때론 부담도 된다. 하지만 구단에선 힘이 되는 측면이 더 크다. 10개 구단 최고의 구단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