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런던의 라이벌 토트넘과 아스날이 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2015-2016시즌 EPL' 29라운드에서 격돌했다. 토트넘이 승점 54로 2위, 아스날이 승점 51로 3위에 올라있는 상황이었기에, 반드시 서로를 꺾어야하는 운명의 승부였다. 그러나 두 팀은 이날 대결서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2위와 3위의 싸움을 지켜보던 1위 레스터 시티(승점 57)만 웃게 됐다.
▲출사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 “웨스트햄전은 예리함이 부족했다. 하지만 우리는 가장 치열한 리그에서 선두권에 올라있는 팀이고, 어렵게 정상에 올라설 기회를 잡았다. 경험이 많은 선수가 없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맨체스터 시티도 이겼다.”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 “너무나 크고 중요한 경기다. 아쉽게도 페트르 체흐와 로랑 코시엘니가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다. 그러나 스포츠란 공평한 것이다. 더비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결과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포메이션 토트넘은 해리 케인이 최전방에 서고 델레 알리와 크리스티안 에릭센, 에릭 라멜라가 2선에 서는 최적의 조합으로 선발 명단을 꾸렸다. 에릭 다이어와 무사 뎀벨레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원을 지키고 포백은 대니 로즈-케빈 비머-토비 알더베이럴트-카일 워커가 섰다. 골키퍼 장갑은 부동의 주전 수문장 휴고 요리스가 꼈다. 손흥민은 벤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비해 아스날은 체흐와 코시엘니의 부상으로 인한 변화가 눈에 띄었다. 벵거 감독은 최전방에 대니 웰벡, 2선에 알렉시스 산체스와 메수트 외질, 그리고 아론 램지를 세웠고 프란시스 코클랭과 모하메드 엘 네니가 수비 앞을 지켰다. 키어런 깁스-가브리엘 파울리스타-페어 메르테사커-베예린이 포백을, 체흐의 공백은 다비드 오스피나가 메웠다.
▲전반전=토트넘을 집어삼킨 램지 킥오프 뒤 30여 분 가량은 명백한 토트넘의 우세였다. 수비의 중심들이 바뀐 상황에서 아스날이 초반 주춤거리는 사이 토트넘은 케인을 앞세워 호시탐탐 슈팅을 시도했다. 그리고 전반 25분 아스날에 위기가 찾아왔다. 워커가 오른쪽 측면에서 문전으로 밀어준 패스를 라멜라가 슈팅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체흐 없는 아스날의 골대를 지켜야하는 책임감을 짊어진 오스피나가 멋진 선방으로 벵거 감독의 불안을 잠재우고 위기를 넘겼다.
조마조마하던 아스날의 숨통을 틔워준 선수는 램지였다. 전반 내내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며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준 램지는 전반 38분 웰벡과 베예린을 거쳐 이어진 공을 정확히 토트넘의 골대 안으로 밀어넣으며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선제골이 터지자 아스날의 분위기는 급격히 달아올랐다. 웰벡이 앞장서서 토트넘의 수비진을 흔들며 공격을 주도했고 토트넘은 초반과 달리 좀처럼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결국 1-0으로 아스날이 앞선 상황에서 전반전이 끝났다.
▲후반전=후반에만 3골, 승자는 레스터 시티 선제골은 아스날의 엔진에 기름을 부었다. 후반 시작 후 아스날이 토트넘 진영을 향해 몰아치면서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후반 9분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전반 37분 경고를 받았던 코클랭이 후반 9분 케인의 돌파를 막기 위해 태클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옐로카드를 받으며 퇴장당하는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코클랭의 퇴장으로 물살은 급격히 토트넘 쪽으로 흘러갔다. 후반 11분 코너킥 상황, 골대 바로 앞에서 날린 케인의 오른발 슈팅을 오스피나가 몸으로 막아내며 위기를 한 차례 넘겼지만 곧바로 이어진 세트피스 상황에서 알더베이럴트가 동점골을 뽑아내 결국 1-1 동점이 됐다.
물꼬를 튼 토트넘의 추가골은 3분 후 터졌다. 케인이 페널티 에어리어의 경계에서 시도한 오른발 인프런트 슈팅이 완벽한 호선을 그리며 아스날의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케인은 고글을 벗어던지며 포효했고, 순식간에 뒤집힌 분위기에 아스날은 우왕좌왕했다.
하지만 후반 30분 올리비에 지루의 투입 이후 아스날이 반격의 시동을 걸었다. 지루 투입 후 1분 만에 산체스의 동점골이 터졌다. 1월 30일 FA컵 번리전 이후, 리그에서는 지난해 10월 17일 왓포드전 이후 오랜만에 터진 산체스의 골이었다. 2-2가 된 북런던 더비는 한층 치열하게 전개됐고 포체티노 감독은 로즈를 빼고 벤 데이비스를 투입해 뒷문을 단단히 지키는 동시에 후반 37분 뎀벨레 대신 손흥민을 투입해 결승골을 노렸다.
그러나 오스피나 골키퍼는 두 골을 내준 것만으로 충분히 자존심이 상했다는 듯 무수한 선방으로 토트넘의 슈팅을 모두 막아냈다. 후반 42분 아스날이 핸드볼 파울로 좋은 프리킥 기회를 얻었지만 산체스의 프리킥을 요리스 골키퍼가 막아내며 무산됐고, 결국 경기는 승자 없이 끝났다. 두 팀의 무승부로 인해 1위를 지키게 된 레스터 시티만이 이날 경기의 승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