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은 경영권을 놓고 벌인 표 대결에서 작년 8월에 이어 6일에도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이기면서 '한·일 원리더'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이상 여부가 경영권 분쟁의 변수로 남아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6일 일본 도쿄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총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요구한 '현 경영진 해임안'과 '신동주 회장 이사 선임안'이 모두 부결됐다고 밝혔다.
두 형제가 모두 참석한 이날 임시주총은 약 30분 만에 주주 과반 이상의 반대로 모든 안건이 부결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이 같은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우호 지분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광윤사 28.1%에 자신과 아버지의 지분 2.0%를 합쳐 30%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반면 신동빈 회장의 우호 지분은 종업원지주회 27.8%, 계열사 등 관계사 20.1%, 임원지주회 6.0%, 투자회사 LSI 10.7% 등을 합쳐 약 66.2%에 달한다.
신동빈 회장은 이번 승리로 주주들의 지지를 재확인했다. 작년 8월 롯데홀딩스 주총에서도 주주들은 신동빈 회장 측이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필요하다며 상정한 사외이사 선임과 기업 경영지도 체제 등의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롯데 측은 이번 주총 결과로 사실상 경영권 분쟁은 끝났다고 못을 박았다. 롯데는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 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롯데의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경영활동에 발목을 잡는 행위를 멈출 것을 촉구하고 더 이상 분란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이 변수로 남아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가 신청한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에 따라 정신건강이 온전한지 감정을 받을 예정이다. 오는 9일 2차 심리가 진행되며 재판부의 판단은 약 5~6개월 가량 걸릴 예정이다.
만약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상태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격은 계속될 전망이다. 더구나 신동빈 회장의 우호 세력들도 아들이 멀쩡한 아버지를 몰아냈다며 마음을 바꿀 수 있어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에 대비해 동생의 주요 우호 세력인 종업원지주회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부단히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번 임시주총을 앞두고 종업원지주회 회원을 대상으로 경영방침 설명회를 열었다. 종업원지주회원 1인당 2억5000만엔(약 27억원) 상당의 주식 보상을 하고,1000억엔(약 1조원)의 사재를 출연해 종업원 복리후생을 지원하게다며 지주회원들을 공략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오는 6월 개최되는 정기 주총에서도 이번과 동일한 안건을 상정해 주주 제안권을 행사한다는 계획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현 경영진의 부당한 압력으로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의 의견이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았다"며 "주총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