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을 풍성하게 달구고 있는 쌍두마차, tvN '시그널'과 KBS 2TV '태양의 후예'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방송 4회째인 '태양의 후예'는 중국에서 제 2의 '별에서 온 그대'를 예약한 상황이고 '시그널' 역시 영화를 연상시키는 치밀한 구성으로 해외로부터의 기분 좋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작품성까지 인정 받고 있다는 점.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지만, 내수용에 그친 '막장' 드라마의 현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최근 종영한 MBC 주말극 '내딸, 금사월'은 최종회는 33.5%의 '국민 드라마'급 시청률을 거뒀지만 현실은 비판으로 가득하다. 또한 '국내 인기'에 그치는 등 활용가치가 떨어지는 단점을 지적받으며 빛바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 임성한·김순옥의 씁쓸한 퇴장
대표적인 막장 작가로 분류되는 임성한·김순옥 작가의 입지는 초라하다. 두 작가는 작품의 시청률이 높을수록 비판의 강도가 세지는 아이러니를 겪었다. 임성한 작가는 2015년 MBC '압구정백야'를 끝으로 절필을 선언했다. '압구정백야'는 방심위로부터 "지나치게 비윤리적이고, 극단적인 상황 설정 및 폭언과 폭력 장면 등을 청소년 시청보호시간대에 방송한 것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 25조 제1항, 제44조 제2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징계를 받았다. 이에 MBC기 임성한 작가와의 추가 계약을 포기한 것이 갑작스런 은퇴의 배경이라고 알려져 있다.
'내딸, 금사월'로 시청률 홈런을 쳐낸 김순옥 작가도 시름시름 앓고 있다. 1회부터 막장 논란이 시작된 '내딸, 금사월'은 6개월 내내 비판을 받았고, '시청률 일등공신'인 작가가 종영에 맞추어 제작진과 배우들을 상대로 사과문을 쓰는 촌극이 벌어졌다. 김순옥 작가는 '내딸, 금사월'의 집필을 마친 지난달 22일, 드라마 제작 카페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많은 논란이 있었고 눈물과 아픔, 부끄러움이 많았던 작품이다"라며 "이전 작품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변화하고 성장했어야 했는데 지금의 이런저런 논란은 모두 내 탓이다"라고 했다. 김순옥 작가는 또한 종영 후 일간스포츠와의 통화에서도 "심신이 지쳐 아무런 말도 하기 힘든 상황이다. 몹시 괴롭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고 시청률'만을 올릴뿐 '배탈'을 일으키는 막장극을 점점 열량 높은 '불량식품'으로 여기는 모양새다. 더 이상의 편성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 방심위는 물론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는 드라마는 방송사 전체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또한 막장 드라마는 특성상 사업화가 난해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욕 하면서 보는' 국내 특이 정서를 공략한데다, 해외 팬을 공략할 소구점이 빈약하기 때문. 또한 케이블·종편에서 수작이 쏟아져 나오며 점점 설 곳을 잃고 있다는 평이다.
▶김은숙·김은희의 비상, 해외로
'태양의 후예'와 '시그널'은 '내딸, 금사월'보다 시청률이 낮지만 활용도는 갑절이다. 김은숙 작가가 쓰고 한·중 동시 방영 중인 '태양의 후예'는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iqiyi)에서 방영중이다. 1·2화 VIP 회원과 일반 회원 조회수에 3·4화 VIP 회원 조회수를 더해 누적 2억8000만뷰에 이른다. VIP는 유료회원을 말하며 동시방영 시청 가능하고, 일반회원은 무료회원 1주일 뒤 시청 가능해 아직 일반회원의 3·4 조회수가 반영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선풍적인 인기다.
제작사 NEW 측은 "중국 1회 방영을 마친 시점에서 유료회원 가입자가 200만명이 추가되는 등 현지 매체에도 '효자 노릇'을 하고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태양의 후예'는 이미 일부 국가와 판권 판매를 마친 상황. 한·중을 넘어 아시아와 그 이상으로 뻗어나가겠다는 의지다. NEW측은 "놀라운 상황이다. 기대보다도 바람이 거세다"라고 전했다. 이어 "방영 4회만에 중국 전역의 도시에서 송·송 커플 등 주연 배우들의 팬미팅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에서는 송중기가 김수현을 잇는다는 평까지 내놓고 있다"며 "곧 일정을 조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주연배우들 뿐 아니라 김은숙 작가의 주가도 가파른 상승세. 전작인 '상속자들'의 시나리오는 중국 현지에서 2016년 연말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김은숙 작가는 감수를 맡을 예정이다.
'막장을 부끄럽게 만드는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시그널' 역시 사업화가 다각적으로 진행 중이다. 멜로에 비해 해외진출이 불리한 장르물임에도 판권 판매, 영화화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 '시그널' 측 관계자는 "전무후무한 스토리와 치밀한 구성을 가진 '시그널'과 김은희 작가에 대한 각종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형태로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