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이 끝난 뒤 K리그의 대표 골키퍼들의 연쇄이동이 일어났다. 일단 K리그의 간판 골키퍼들이 일본 J리그로 이동했다. K리그 클래식 최고의 골키퍼이자 국가대표 골키퍼인 김승규(26)가 울산 현대에서 일본 J리그 비셀 고베로 이적했다.
이어 수원 삼성의 정성룡(31)이 가와사키 프론탈레로, 부산 아이파크의 이범영(27)이 아비스파 후쿠오카로 옮겼다. K리그 클래식 내에서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유현(32)이 FC서울 유니폼을 입었고, 서울의 김용대(37)가 울산 현대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많은 골키퍼들의 이동 중 역시나 가장 큰 파장을 불러온 이는 K리그의 '전설' 김병지(46)였다. 김병지는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K리그의 역사다. 1992년 현대에 입단한 뒤 24시즌 동안 골문을 지켰다.
그의 K리그 최초로 600경기를 넘어 700경기를 돌파했다. 지난 시즌까지 김병지의 출전 횟수는 무려 706경기다. 당연히 K리그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이다.
2위가 최은성(45·532경기)이다. 김병지가 얼마나 위대한 기록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K리그 최다 출전 기록이 706경기에서 멈출 위기에 놓였다. 김병지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전남 드래곤즈와 계약을 해지했다. 그리고 K리그 클래식 개막을 2일 앞둔 지금까지도 새로운 팀을 구하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FA 신분 선수는 3월 말 까지 선수 등록을 할 수 있다. 김병지는 707경기 출전의 기로에 섰다. K리그 최다 출전 역사가 여기서 끊길 것인가. 이어질 것인가.
9일 일간스포츠가 김병지에게 직접 미래에 대해 물었다. 김병지는 마음을 비운 상황이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현역 생활을 이어갈 의지도 드러냈다. 즉 K리그 최다 출전 역사의 지속은 희박한 상황에서 희망을 찾고 있는 셈이다.
김병지는 "고민하고 있다"며 첫 마디를 내뱉었다.
이어 김병지는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은 물론 있다. 은퇴는 나의 경기력이 떨어졌을 때 스스로 결정할 것이다. 내 경기력이 떨어졌으면 아예 포기를 할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내 상태를 보면 작년 경기력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몸 관리도 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역으로 이어갈 수 있는 몸상태에 대한 자신감이다.
하지만 김병지의 의지와 몸상태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클럽들의 관심이다.
김병지는 "솔직히 내가 고민을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다. 내가 결정을 할 일이 아니다. 나를 원하는 팀이 나타나야 한다"며 "20대면 나를 원하는 팀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이를 봤을 때 많은 팀들이 원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나를 원하는 팀이 나타난다고 해도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냈다.
K리그 역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K리그 팬들의 마음도 알고 있다. 김병지는 "K리그 팬들이 최다 출전 기록을 이어가야 한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 그 기대감을 느끼고 있다. 고민을 더 해야 하고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털어놨다.
한편 김병지는 2016년 대학생 새내기가 됐다. 그는 중부대학교 골프지도학과에 16학번으로 입학했다. 그는 "축구 공부도 계속하고 있고 다른 스포츠 분야도 두루 공부하고 싶어 입학하게 됐다. 골프에 관심도 많았다. 신입생이 됐으니 학교를 열심히 다닐 것"이라며 새로운 도전장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