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공격수 출신 이천수(35)가 해설자로 데뷔했다. 이천수는 12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6시즌 K리그 성남FC와 수원 삼성의 개막전에서 JTBC3 FOX 스포츠의 해설위원으로 중계석에 앉았다. 인천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던 이천수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천수는 은퇴 뒤에도 축구장에 남기로 했다. 선수 시절부터 입담 좋기로 소문났던 그는 중계석에서 마이크를 잡고 제2의 축구인생을 열어나가기로 결심했다.
90분간의 해설 데뷔전을 마친 이천수는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그는 "중계석이 이렇게 추운 곳인 줄 몰랐다. 선수로 뛸 땐 이곳이 참 따뜻해 보였는데…"라며 웃었다. 하지만 지친 기색은 없었다. 이천수에겐 해설은 선수만큼이나 천직처럼 보였다. 그는 "지난 시즌까진 선수로 뛰었지만 오늘은 선수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 것 같다"면서도 "결국은 해설도 축구로 통하기 때문에 재미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천수는 자신의 첫 해설에 대해 만족스러워했다. "해설자로 데뷔하기 전부터 생각했던 만큼 실전에서 보여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며 "오늘 경기의 핵심 선수로 (김)두현이를 주목하면서 같은 미용실을 다닌다는 점을 언급했는데 재치 있게 잘 설명한 것 같다."
이천수의 강점은 최근까지도 현역으로 뛰었다는 점과 월드컵 무대와 같은 큰 무대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2002년 울산 현대에서 프로에 입문한 이천수는 클럽과 대표팀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그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을 경험했고 2006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토고전에선 그림과 같은 프리킥 골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K리그에서 아시아 최고 자리에도 올랐고, 스페인과 네덜란드, 일본 등 다양한 해외 리그를 거친 경험도 있다. K리그 통산 기록은 179경기 46골 25도움이다. A매치 기록은 78경기 10골이다.
이천수도 자신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베테랑 해설자들처럼 당분간 시청자들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진 못할 수도 있다"면서도 "나는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을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좀 더 생생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중계석에 앉은 이천수는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팬들은 그가 중계를 하는 내내 신기한 듯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경기가 끝난 뒤엔 '이천수 선수, 아니 해설위원님 이렇게 중계석에서 보니 어색하면서도 반가워요' '이천수 해설을 이어폰으로 들으며 경기를 봤는데 귀에 쏙쏙 들어와요' 등의 축하인사를 건넸다.
이천수는 "앞으로 바쁜 일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의 고충도 덜고 K리그 발전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면서 "올 시즌 '아름다운 여정'이 될 것 같다. 좋게 봐주시고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며 작은 눈을 크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