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도루왕 판도는 그 어느 시즌보다 뜨겁다. "뛰는 것만큼은 자신이 있다"고 자부하는 신·구 선수가 경쟁한다. '빠른 야구'를 추구하는 팀도 많다.
지난해 KBO리그 도루 부문 타이틀은 박해민(26·삼성)의 차지였다. 무려 60도루를 성공시켰다. 삼성은 2014년 53도루에 성공한 김상수(26)에 이어 타이틀을 2연패했다.
전통적으로 삼성은 '대도'와는 거리가 다소 있었다. 하지만 김상수와 박해민은 구단 역대 최고 도루 기록을 연거푸 경신했다. 올해는 구자욱(23)과 배영섭(30)까지 가세할 전망이다. 김평호 삼성 주루코치는 "스프링캠프에서 더 높은 도루 성공률을 위해 코칭법을 달리 했다. 올해는 김상수와 박해민 말고도 구자욱과 배영섭도 뛸 것이다"고 했다.
'베테랑'도 뛴다. 이대형(34·kt)은 2010년 이후 달리기를 망설여왔다. 그러나 지난해 44도루에 성공하며 이 부문 3위에 올랐다. 2011년과 2012년 타이틀을 따낸 오재원(31·두산)과 이용규(31·한화), 2013년 50도루로 부문 1위에 오른 김종호(32·NC) 역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김종호는 지난해에도 41번 도루에 성공했다.
선수가 나이가 들면 기량이 하락한다. 하지만 야구에선 '다리는 가장 나이를 늦게 먹는다'는 말이 있다. 선수들도 '나이 때문에 못 뛴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는 기동력을 강조하는 팀이 부쩍 늘어났다. 삼성에선 홈런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와 박석민이 팀을 떠났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올해 뛰는 사인을 많이 낼 것"이라고 일찌감치 공언했다. 넥센은 '홈런 공장' 목동구장을 떠나 고척스카이돔에서 올 시즌을 맞는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이미 지난해부터 올해 라인업을 구상해왔다. 발빠른 선수가 많았다. 김하성(21), 임병욱(20), 서건창(27), 고종욱(27·이상 넥센) 등이다.
넥센은 팀 도루 부문에서 2013년 7위(131개), 2014년 7위(100개), 2015년 8위(100개)로 3년간 하위권에 머물렀다. 올해는 다르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모든 선수에게 그린라이트"를 주며 도루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잠실야구장을 사용하는 LG도 역동적이고 빠른 야구를 위해 주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지난해 팀 도루 1위 NC와 한국시리즈 우승 팀 두산도 '뛰는 야구'를 추구하는 팀이다.
KBO는 최근 5년마다 새로운 도루왕을 배출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다는 뜻이다. 올해 대도 타이틀을 누가 가져갈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