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카이돔구장(이하 고척돔) 프로야구 경기에서 첫 홈런이 터졌다. 주인공은 김강민(34·SK)이었다. 역전 만루홈런. 시범경기지만 한국 최초의 돔 야구장에서 역사를 썼다.
15일 고척돔에서는 넥센과 SK의 시범경기가 열렸다. 김강민은 팀이 1-2로 추격을 시작하던 4회 2사 만루에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쳤다. 볼카운트 1-1에 넥센 두 번째 투수 하영민의 시속 142㎞ 높은 직구를 밀어쳐 오른쪽 펜스를 넘겼다.
일반적으로 외부와 차단된 돔구장은 온실효과로 공기 밀도가 낮다. 공기 저항이 적어 타구 비거리가 늘어난다. 여기에 바람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고척돔 외야는 넓다. 좌우 펜스 거리는 99m, 한가운데 펜스는 122m다. 펜스 높이도 4m로 높은 편이다. 프리미어12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이 구장에서 쿠바와 평가전을 치렀다. 당시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돔에서 타구가 더 안 나가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강민은 이날 그랜드슬램을 터뜨리며 돔구장 1호 홈런포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지난해 11월 한국-쿠바전에선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 고교대회인 청룡기에선 서울고 2학년 강백호가 1호 홈런을 쳤다. 프로야구에선 15일 김강민의 홈런이 최초다.
끝이 아니었다. 김강민은 5-2로 앞서던 6회 이재원의 3루타로 맞이한 2사 3루에서 정회찬의 3구째를 노려 1타점 중전 적시타를 기록했다. 이날 하루동안 4타수 2안타 5타점 1득점. 김강민은 경기 뒤 "언제나 처음이라는 건 기분이 좋은 일이다. 홈런포로 기분좋게 시즌에 들어가게 됐다. 시범경기지만, 야구장을 찾아주신 팬들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호수비를 선보이기도 했다. 2회말 1사 1루에서 김강민은 임병욱의 타구를 펜스 끝까지 따라가 글러브를 쭉 뻗어 잡아냈다. 이어 곧바로 1루로 공을 뿌리며 2루로 달렸다가 급하게 귀루하던 박동원을 아웃시켰다.
김강민의 중견수 수비는 KBO리그에서 최고로 손꼽힌다. 하지만 고척돔에서의 수비는 당연히 처음이다. 경기 전 김강민은 "못 잡아도 좋으니 뜬공 상황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돔구장에서 공이 높이 뜬 뒤 시야에서 사라지는 상황을 미리 경험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경기 뒤에 다시 만난 김강민은 "확실히 돔구장 천장과 공 색깔이 비슷해서 수비하는데 어려움이 있긴 했다. 공이 희끗희끗 잘 구분되지 않는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