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멤버' 백종원 이후로 예능 신예들이 매회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 ‘마리텔’이 벌써 1년이 넘었다. ‘백주부’ 백종원이나 ‘쌍느’ 김성주 안정환, ‘일루셔니스트’ 이은결 등 ‘마리텔’에서 배출한 스타들이 주목을 받고 있고, 또 여러 방송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언젠가 열리지 않을까 하염없이 기다리는 마리텔 왕중왕전보다는 하위권에 맴돌았던 출연자들에게 와신상담의 각오로 1위가 될 수 있는 재평가전을 개최하는 건 어떨까. ‘마리텔’은 생방송의 편집에 따라 본방송의 퀄리티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생방송과 본방송에 편차가 생길 수 있으며, 따라서 비록 하위권의 성적을 거뒀어도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출연자들이 존재했다.
황재근의 경우가 그렇다. 첫 출연 당시, 미처 세트조차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백종원이 쓰던 주방에서 가면을 만들고 옷을 만들었던 황재근은 일회성 출연으로 묻힐 수도 있었다. 그런데 시청자들과 소통이 좋고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퍼지고 나서 5위>4위>2위라는 시청률의 상승효과를 누렸다. 분명 몇몇 출연자들은 황재근의 경우처럼 재출연을 통해 충분히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1. 홍교주: 이제는 구원할 때가 됐다
홍석천은 백종원이 쿡방으로 독주를 누리던 MLT04와 MLT06에 출연했다. 요식업에 종사했기에 같은 요리를 주제로 백종원과 맞불을 놓을 수는 없었고, 1위를 노리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홍석천은 다른 콘텐츠를 준비해 시청자들을 만났다. 당시에는 패션과 인테리어라는 콘텐츠의 선택이 시청자들에게 별로 공감을 받지 못했지만, 백종원이 없는 지금은 한번쯤 쿡방 콘텐츠를 들고 나와 볼만하다. 시청자들과의 소통 능력도 좋고 방송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채팅창에서 주로 나왔다는 것도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2. Jay Park: 모르모트PD의 올바른 사용설명서
MLT10과 MLT11에 연달아 출연한 박지우는 모르모트PD의 숨겨진 능력을 끌어올린 출연자 중 한 사람이다. “세상에 몸치와 박치는 없다”며 댄스스포츠를 주제로 한 박지우의 콘텐츠는 모르모트PD의 몸개그와 본방에서 편집의 탄력을 받아 많은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카메라 프레임이 정적인 콘텐츠가 많은 마리텔에서 동적인 콘텐츠가 하나쯤 필요한데 박지우의 춤방은 거기에 걸맞다. 다만 댄스에 열중하는 사이 빚어지는 멘트의 부재와 시청자들과의 소통 상실은 감수해야 할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3. 큐피트 제인: 대진운이 이렇게 나쁠 수가 있나
주 시청층이 솔로들인 마리텔 생방에 연애를 콘텐츠로 들고 나온 레이디제인의 발상은 참신했지만 김영만, 백종원, 솔지, 김구라가 격돌한 MLT07의 대진운이 너무나 나빴다. 재미있는 드립을 골라 읽는 등 시청자들과의 호응 능력도 상당히 좋았으며 게스트로 지원사격한 김범수가 되레 악조건으로 작용하는 등 이런저런 난관도 많이 겪었다. 다시 출연한다면 분명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은 게스트로 꼽히지만, 들고 나올 수 있는 콘텐츠가 어떤 것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4. 슈스스: 뷰티방송은 여자만 본다는 편견은 깨자
마리텔에서 흥할 수 있는 조건 중 하나가 스태프들의 적재적소 활용이다. 박지우가 모르모트PD의 역대급 발견이라는 업적을 남겼다면, 한혜연은 장군작가의 숨겨진 매력을 코디를 통해 드러냈다. 그동안 여자 출연자 중 역대급으로 평가받는 입담과 재미있는 내용만 골라 읽는 소통능력은 패션방송은 여자나 보는 거라는 인식을 깨뜨리고 남자 시청자들도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대진운이 억수로 나빴다. MLT16은 무한도전 시청자의 유입으로 정준하의 시청률 싹쓸이가, MLT17은 백종원, 김동현, 이말년 등 우승 경험이 하나씩 있는 출연자들과 경쟁을 펼쳐야 했다. 최대접속자 2만 명을 넘기고도 5위라는 성적표, 이는 공정한 조건에서 승부가 이뤄졌다면 시청률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5. 김구라: 김범수로 꼴찌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
5위대전을 치러야 하는 김구라방의 주제는 김구라가 아니라 김범수다. 김구라가 가진 세 번의 5위 기록 중 두 번이 공교롭게도 김범수와 함께 출연한 미술과 뮤지컬 콘텐츠이며, 김범수는 레이디제인과 짝을 이뤄 나온 MLT07에서도 5위를 기록한 묘한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김구라 방송이 생방송 순위와 상관없이 본방송의 분량확보와 편집점의 기준이 된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김구라의 콘텐츠 방송은 마리텔엔 꼭 필요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 김범수와 함께 예술분야 콘텐츠를 들고 나와 5위 징크스를 깨뜨려 본다면 이 또한 의미 있는 방송이 될 것이다.
마리텔에서 하위권에 머문 이들은 물론 재미가 없어서인 경우도 있겠지만, 이처럼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도 하위권에 머물러야 했던 아쉬움을 가진 출연자들도 존재한다. 시청자들이 하위권 출연자들에 호감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하위권이라는 동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보여줬던 소통의 능력과 재미를 다시 볼 수 없는 아쉬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리텔에 왕중왕전이 아니라 재평가전이 필요한 진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