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센터 신영석이 무릎 부상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발휘했다. 여기에 결정적인 순간 분위기를 가져오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현대캐피탈은 2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OK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1(23-25, 25-22, 25-23, 25-16)로 제압했다. 1~2차전을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지만, 현대캐피탈은 포기하지 않았다. 적지에서 극적인 승리를 따내며 승부를 4차전으로 끌고 갔다. 반면 일격을 당한 OK저축은행은 우승 축포를 다음으로 미뤘다.
승부는 3세트에서 갈렸다. 세트스코어 1-1, 3세트 13-13의 팽팽한 상황. 현대캐피탈 문성민의 연타 후위 공격을 OK저축은행 곽명우가 받아 올렸다. 높게 떠오른 공은 네트를 넘어 현대캐피탈 코트로 넘어가는 듯 했다. 이때 신영석이 두 팔을 쭉 뻗어 공을 OK저축은행 코트로 밀어넣었다. 현대캐피탈의 득점이 인정되는 상황. 그런데 OK저축은행 선수들이 일제히 신영석의 오버네트 범실을 지적했다. 김세진 감독 역시 오버네트 범실에 대한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양진웅 경기감독관은 한참을 판독한 끝에 신영석의 플레이를 오버네트 범실로 보고 오심을 선언했다. 그러자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강하게 항의하며, 규칙 적용에 대한 재심을 요청했다. 양진웅 감독관은 심판의 판정은 재심 요청 사항이 아니라며 기각했다. 그러나 이때 최 감독의 한 수가 나왔다. 그는 신영석의 플레이가 '오버 네트'가 아닌 '블로킹'으로 봐야한다며 규칙 재적용을 요구했다. 심판의 판정이 아닌,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재심 요청에 따라 김건태 심판위원장이 감독관석에 자리했고, 논의에 들어갔다. 블로킹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진 최 감독은 상록수체육관을 찾은 현대캐피탈 원정 팬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 판정은 신영석의 '블로킹 성공'. 3세트 강한 추격으로 역전을 허용할 뻔 한 현대캐피탈은 최 감독의 규칙 적용에 대한 재심이라는 '한 수'로 리드를 되찾았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현대캐피탈은 3~4세트를 내리 따내며 이겼다. 최태웅 감독의 재치와 신영석의 합작품이었다.
최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신영석의 선발 출장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신영석의 무릎이 챔프전 전부터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보고를 받지 못했는데, 뛰는 걸 보고 왜그럴까 싶었다. 경기에 나서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엔트리에서 제외하려고 했다. 하지만 영석이가 점심 먹고 와서 '마지막이 될 수 있으니 선수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해서 교체 명단에 넣었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신영석을 1세트 중반 전격 투입했다. 신영석은 좋지 않은 무릎에도 불구하고, 상대 공격을 막기 위해 쉼없이 뛰어올랐다. 그는 이날 블로킹 2개 포함 9점을 올렸다. 팀 내에서 세 번째로 많은 득점. 신영석의 투혼은 현대캐피탈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챔피언결정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