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3월27일 MBC 청룡의 이종도는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끝내기 만루홈런의 사나이가 됐다. 홈런 영상은 이 시기 여러 채널에서 반복 재생된다. 강원도 속초에서 후진 양성에 매진하고 있지만, 이 시기 만큼은 지인과 언론의 연락에 오랜 만에 안부를 묻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이 감독은 27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무심코 날짜를 봤는데, 오늘(27일)이 개막전 날이더라. 이곳 저곳에서 연락을 받았다"며 웃은 뒤 "프로 원년 개막전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다.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끝내기 홈런이었는데"라고 말했다. 이어 "나에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홈런을 맞은 이선희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그래서 인터뷰는 가급적 사양한다"고 말했다.
이종도는 연장 10회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삼성 벤치가 백인천을 고의4구로 걸리면서 그에게 기회가 왔다. 그는 "직구를 잡아당겼는데, 맞는 순간 끝내기를 직감했다"며 "라인드라이브 타구였기 때문에 홈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1루를 돌아서 외야를 보니 공이 담장을 넘어갔다. 1루 베이스를 밟자마자 환호를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프로야구가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데, 개막전의 극적인 승부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영광의 순간을 함께 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프로 원년 개막전에 다양한 경품을 걸었다. 1982년 3월 20일 KBO 보도자료에 따르면 개막전 최우수 선수에게는 당시 최고 사양의 오토바이 1대가 부상이었다. 이 감독은 "맞다. 효성 스즈키 오토바이를 받았다"며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아내가 '위험하게 오토바이를 왜 타나'고 했다. 그래서 타보지도 않고 바로 처분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 감독은 "강원도에 있다보니 프로 경기를 보거나, 옛 동료·후배와 인사할 시간을 갖기 어렵다"며 "최근 대한야구협회가 관리단체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야구인으로서 죄송하고, 안타까웠다. 협회가 하루 빨리 정상화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