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가 잉글랜드 대표팀의 메이저 대회 마지막 우승은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격수 바비 찰튼(79) 등을 앞세운 잉글랜드는 자국에서 열린 196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뒤 잉글랜드는 '무관의 제왕'이란 오명에 시달렸다. 월드컵 우승 뒤 최고 성적은 4위이며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에서도 최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역사도 대표팀을 연상케 한다. 이들도 잉글랜드와 비슷한 시기인 1960-1961시즌 잉글랜드 풋볼리그(프리미어리그 전신) 챔피언을 끝으로 우승 명맥이 끊겼다.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1992년 뒤에는 줄곧 중상위권에 머물렀으나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9-2010시즌 기록한 4위가 최고 성적이다. 우승 시기는 물론 최고 순위마저 잉글랜드 대표팀과 닮은 셈이다.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은 최근 행보까지 '닮은꼴'로 가고 있다.
잉글랜드는 지난 26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과의 친선전에서 3-2 극적 역전승을 거뒀다. 쾌조의 상승세다. 잉글랜드는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가진 A매치 17경기서 14승2무1패로 순항하고 있다. 독일 축구의 전설 로타어 마테우스(55)와 스벤 고란 에릭손(68) 전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은 잉글랜드가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유로2016 우승 후보라고 점치고 나섰다.
토트넘도 마찬가지다.
토트넘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서 2위를 달리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1위 레스터 시티(승점 66)와 승점 5점 차로 치열한 선두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55년 만에 정규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다는 각오다.
더욱 운명적인 연결고리는 토트넘의 젊은 피 4인방이 '삼사자 군단(잉글랜드 대표팀 애칭)'에서도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리 케인(23)·에릭 다이어(22)·델레 알리(20)·대니 로즈(26·이상 토트넘)가 그 주역이다. 젊은 사자 4마리는 독일전에 나란히 선발로 나서 용맹함을 드러냈다. 케인과 다이어는 각각 첫 골과 결승골을 터뜨렸으며 알리와 로즈 역시 공·수에서 제 몫을 다했다. 다이어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팀 동료들과 대표팀에서도 함께하는 것은 매우 큰 도움이 된다"며 남다른 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4인방을 향한 현지 언론의 극찬도 쏟아지고 있다. 영국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이들의 독일전 활약을 평가하며 "토트넘 4인방의 골·슈팅 횟수·유효 슈팅·드리블 및 태클 성공 횟수 등 각종 지표가 나머지 선수들의 기록을 합한 것 보다 많다"고 칭찬했다. 70년대 토트넘의 전설적인 선수였던 글렌 호들(59)도 "토트넘의 우승 도전을 이끌고 있는 4인방이 대표팀에서도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였다"며 후배들의 활약상에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