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도 끝났다. 이제 진짜 출발선에 선다. 절대 강자가 없는 2016 시즌에 두산은 다시 한번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29일 오후 5시. 두산 선수단은 잠실구장에서 야간 훈련을 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팀. 정규시즌에 대비하기 위해 야간에 훈련 스케줄을 짰다. 서울 라이벌 LG의 훈련 일정과 겹친 탓도 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금요일에 야간경기로 개막전이 열린다. 주말 낮 경기가 아니다. 공교롭게도 상대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상대였던 삼성이다. 새로 개장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시즌 첫 경기를 치른다. 지난해 마지막 경기와 올해 첫 경기 상대가 같다. 이 인연은 시즌이 끝난 뒤 어떤 결과로 해석이 될까.
두산은 지난해 천운을 받았다. 정규시즌 종료 직전 3위 경쟁에서 어렵게 이겼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피했다. 난적 NC를 플레이오프(PO)에서 격파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준PO를 거친 팀으로는 두 번째로 우승을 차지했다. 첫 번째 팀도 두산이었고, 상대는 역시 삼성이었다.
정규시즌 우승팀 삼성에는 해외 원정도박 파문이라는 악재가 터졌다. 선발 에이스, 1순위 셋업맨, 마무리투수가 모두 사라졌다. 부임 첫 해였던 김태형 감독은 단번에 '우승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그 자신도 놀랐을 것이다. 루키 감독에게 우승은 오히려 좋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 경우도 있다. 김 감독이 작년에 꺾었던 류중일 삼성 감독의 케이스다.
올해는 두산이 모처럼 '디펜딩 챔피언'의 자격으로 출발하는 시즌이다. 대다수 전문가가 우승 후보로 두산이 아닌 다른 팀을 꼽는다. 지난해와 달라지지 않은 점 중 하나다. 하지만 여전히 두산은 상대가 가장 껄끄러워하는 팀 가운데 하나다.
자신감도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8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우승을 한 팀의 목표가 무엇이겠는가. 당연히 우승이다".
개막전부터 세게 붙는다. '삼성 킬러'로 유명한 더스틴 니퍼트가 4월 1일 대구 새 야구장에 선다. 은근히 상대 감독을 자극했다. 프로야구는 이래야 재미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때도 김 감독은 루키 감독치곤 흔치 않게 상대를 적절하게 자극했다.
하지만 쇼케이스는 쇼케이스. 29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진지했다. "미리 할 말을 준비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또 분위기가 그렇게 흘렀다. 이제는 좀 자제를 해야 할 것 같다. 개막까지 남은 며칠 동안 더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
지난해 두산의 우승에는 천운이 따랐다. 그만큼 한 시즌 고민도 많았다. 고민은 올해에도 풀리지 않았다,
아직 5선발이 확정되지 않았고, 미국으로 떠난 김현수의 빈 자리를 메울 선수도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니퍼트의 뒤를 이을 선발 로테이션 역시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
부임 첫 해에 너무 많은 것을 이룬 김 감독은 지난해보다 더 큰 부담감과도 싸워야 한다. 지난해 우승팀, 그러나 최강은 아니었던 팀. 과연 두산은 올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까. 그 첫 걸음이 이제 곧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