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키 때문에 사람들이 운동선수라고 생각지 않더라고요. 특히 투수라고 하면 더 놀라고요.”
키 177cm의 투수.
185cm 이상의 투수들이 수두룩한 시대에서 유별난 선수다. 그런데 볼 끝을 보면 190cm 장신 투수들 부럽지 않다. LG 7년 차 오른손 투수 김지용(28)은 2016년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공을 던지길 바랐다.
2010년 강릉 영동대를 졸업하고 9라운드로 LG 입단한 김지용은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팀 내에서 묵직한 볼 끝을 자랑하는 투수 가운데 한 명이다. 김지용이 데뷔했을 때 지휘봉을 잡았던 박종훈 당시 감독(현 NC 육성위원장)은 “김지용의 공을 보면 신철인이 생각난다”고 밝히기도 했다.
2000년대 현대-히어로즈에서 활약하며 현대 왕조에 없어서는 안 될 투수로 자리했던 176cm 우완 신철인은 현장 관계자들이 “가장 볼 끝이 묵직한 투수”라고 극찬했던 마당쇠다. 김지용도 신철인처럼 크지 않은 키에 시속 140km대 중반의 묵직한 패스트볼을 앞세워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는 투수다.
2014년 김지용은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라이브피칭 훈련 투수로 차출된 바 있다. 그런데 여기서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묵직한 구위로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2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4.13으로 데뷔 첫 승을 올렸던 김지용은 이번 시범경기에서도 5경기에 등판해 5이닝 동안 실점 없이 1홀드를 기록했다.
“팀 내 잘 던지는 투수들이 많아서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각오로 버티고 있어요. 제 스스로 제구력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타자를 상대로 공격적인 투구를 하려고 해요. 볼넷 허용은 모두들 싫어하잖아요. 저 역시 마찬가지고. 저는 마무리나 셋업맨 보직이 확정된 선수가 아니라 매 경기 좋은 활약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은 키의 투수. 김지용은 야구를 하며 그 때문에 선입견 속에서 살았다. ‘키 작은 투수는 좋은 공을 던지지 못하거나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현장의 편견이 남아있기 때문.
김지용은 그 선입견에 정면 도전한다.
“밖에 사복을 입고 나가면 누구도 제가 운동선수라고 생각지 않더라고요. 야구 선수라고 해도 투수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고요. 괜찮아요. 워낙 오랫동안 있던 이야기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무엇보다 키가 크지 않다고 좋은 공을 못 던지는 건 아니니까. 키 큰 투수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지며 팬들 앞에 어필하면 되잖아요.”
알려지지 않은 선수 모두가 그렇듯 김지용도 기회가 간절한 선수다. 김지용이 1군에 올라갈 경우 가장 유력한 보직은 바로 롱릴리프. 선발이 조기 강판했을 경우 그 여파를 최소화하는 맙업맨 등을 도맡아야 한다. 1군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보직이라도 김지용은 기꺼이 하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중간 투수로 나오게 된다면 최대한 많은 경기, 많은 이닝을 기록하고 싶어요. 선수에게 기회가 얼마나 간절한 지 모두가 잘 알잖아요. 그래서 코칭스태프께서 절 많이 찾으시면 최대한 많이 던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