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2일 만에 거둔 세이브. 그리고 1765일 만에 오른 마운드. KIA 11년차 우완 투수 곽정철(30)은 차분한 어조로 자신이 던진 공과 자신이 지킨 한 점 차 승리 경기를 복기했다.
곽정철은 2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NC와 개막 2차전에서 1⅓이닝 무실점 세이브로 4-3 박빙 승리를 지켜냈다. 2011년 5월 7일 SK전 이후 1792일 만에 세이브를 기록했다. 김기태 감독은 경기 뒤 “나도 뭉클한데 정철이는 제 스스로가 얼마나 기특했을까”라고 했다.
3일 NC-KIA전 우천 취소가 결정된 뒤 곽정철은 훈련을 마치고 인터뷰에 응했다. 전날 감독의 떨리던 목소리와 달리 곽정철의 어조는 차분했다. 오랜만에 기록한 세이브, 그리고 힘들었던 재활 훈련 과정을 설명했다.
“2일 세이브를 올린 경기가 첫 경기였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 실전은 시범경기 때부터였습니다. 오랜만에 치르는 실전이라 항상 마음 단단히 먹고 던지려고 했으니까요. 1군에서 밥을 먹는 데 정말 달고 맛있더라고요. 배도 부르고 마음은 더 배부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등판 직전 불펜에서 원정 관중석을 바라보는데 가족과 함께 온 팬도 계시고 우리 팀 유니폼을 함께 입고 응원해주는 분도 계셨어요. 그 분들이 야구장을 찾아주신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2009년 셋업맨-롱릴리프로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공헌했던 곽정철이다. 하지만 2011년 6월 이후 팔꿈치, 무릎 부상과 수술, 공익근무 등으로 4년 간 등판 기록이 없었다. 그 4년, 무엇이 가장 힘들었을까.
“가장 힘들었던 건 마운드에 올라 타자와 싸우지 못하고 재활 기계와 싸워야 했던 겁니다. 뒤에서 야구를 바라본다는 게 정말 힘들었습니다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가장 힘들었을 때 경기장을 찾아 관중석에서 야구를 봤어요. 마운드를 보며 제가 교체 투수로 올라가는 상상을 했는데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더라고요.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면서 견뎠어요. 세이브를 올리던 그 순간에도 머릿속에 임의의 선을 그려 그 선에 맞춰 던지고자 했고요. 순간순간 목표를 세워놓으니 안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곽정철은 자신이 공익근무를 하는 동안 작성했던 버킷 리스트 가운데 1번 항목을 이야기했다. '나는 전과 다른 투수가 된다'였다.
“버킷 리스트에서 30여 개 달성해야 할 것들이 남았습니다.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려면, 결국 야구를 잘해야 하는 겁니다”고 말한 곽정철은 “어느 보직에서 뛰고 싶다는 목표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자리 욕심은 없지만 반대로 자신의 한계를 규정짓지도 않았다는 뜻이 전해졌다.
“어느 역할이든 기록을 목표로 세우지 않았습니다. 영원한 마무리나 영원한 필승조가 없듯, 영원한 패전조도 없잖아요. 저는 아직 1군에서 동료들과 함께 숨 쉬고 경기를 바라보며 환호하는 자체가 기뻐요. 함께 함평에서 훈련하던 동료들 생각도 나고. 몸은 괜찮아요. 던지면 던질수록 느낌도 좋았고. 앞으로 건강하게 많은 공을 던지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