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차기 에이스 박세웅(21)이 시즌 첫 등판부터 포효했다. 기량과 정신력 모두 한층 성장했다.
롯데는 지난 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박빙 승부 끝에 2-1로 승리했다. 3년 차 투수 박세웅이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직구 스피드는 최고 시속 150km까지 찍혔고, 삼진은 7개를 잡아냈다.
위기에서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아닌 포크볼을 구사하는 변칙 투구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팀의 2연패를 끊었고, 자신은 2015년 5월 트레이드 이후 처음으로 홈 경기 승리를 기록했다.
박세웅은 2015년 5월 kt와 롯데의 4대5 트레이드에서 '메인 카드'였다. 롯데는 '주전급' 백업 포수 장성우를 내줬다. 대신 십 년 앞을 내다보고 에이스로 성장이 기대되는 박세웅을 선택했다. 하지만 첫 해에는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적 뒤 25경기에서 2승 7패 평균자책점 5.76에 그쳤다. 데뷔 첫 승도 20번째 등판 만에 나왔다. 선발과 구원으로 대중없이 등판시킨 탓에 선수가 혼란을 겪기도 했다.
올 시즌은 성장세가 뚜렷하다. 스프링캠프에서 두 가지 변화를 줬다.
먼저 70kg 초반이던 체중을 80kg까지 불렸다. 박세웅은 "지난해 후반기에 체력 저하가 컸다. 풀타임 출장은 물론, 공에 힘들 더하고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었다"며 이유를 설명 했다. 투구폼도 간결해졌다. 지난해보다 백스윙 궤적을 줄여 빠르게 팔 스윙을 한다. 힘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박세웅은 지난해 6이닝 이상 던진 경기가 한 번도 없었다.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SK전에서 투구 수가 80개를 넘어선 뒤에도 공에 힘이 있었다. 구속은 140km 대 후반이 찍혔다. 제구도 좋았다. 아웃코스 공략이 효과를 봤다. 좌, 우타자 가리지 않고 홈플레이트 가장자리에 걸치는 공을 뿌렸다. 경기 뒤 박세웅은 "SK 타자들이 바깥쪽에 약하다는 분석을 참고했다"고 했다. 늘어난 체중과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하체에 힘이 생겼다. 축이 되는 오른 다리에 안정감이 생기면서 더 정확하고 강한 투구를 할 수 있었다.
정신적으로도 성숙했다. 지난 3일 만난 그에게 "홈 개막전 선발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떨리지 않는가"라고 묻자 "잘 준비하고 있다. 떨리지 않는다"며 웃었다. 지난해 개막전에서 현 소속팀을 상대했던 kt 시절을 회상하는 '여유'도 보였다. 경기 뒤에도 "감독님이 4실점할 때까지 안 내린다고 해서 마음 편히 던졌다"며 담담했다.
롯데는 유망주 투수를 키우는 데 실패했던 팀이다. 지난해 FA(프리에이전트)로 두산으로 이적한 장원준 정도가 상위 지명을 받은 뒤 팀 선발진에 안착한 경우다. 2007년 미국 무대에서 돌아온 송승준이 현재 토종 에이스다.
팀의 미래를 위해서는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절실하다. 지난해부터 유독 육성 강화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스물 한 살 박세웅이 시즌 첫 경기에서 잠재력을 드러냈다. 박세웅은 고(故) 최동원에서 염종석(전 롯데 투수 코치)으로 이어진 '안경 에이스' 계보를 이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