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보드를 안 봐서 어떻게 될지 몰랐는데 들어 간 순간 어쩌면 우승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장수연(22·롯데)이 국내 여자 프로골프 투어 제9회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날 마지막 홀에서 16야드 어프로치 샷 이글을 낚는 대반전 드라마를 썼다. '샷 이글이 들어 가고 우승인 줄 알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고 말했다.
10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제주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장수연은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7개, 보기 1개로 무려 8타를 줄이는 폭풍 샷으로 최종 합계 13언더파를 쳐 양수진(25·파리게이츠)과 이승현(26·NH투자증권·이상 11언더파) 등 공동 2위를 2타 차로 꺾고 우승했다.
장수연의 이날 8언더파 64타는 2011년 롯데칸타타 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유소연(26·하나금융그룹)이, 이번 대회 2라운드에서 고교생 골퍼 최혜진(17·부산 학산여고)이 기록한 코스레코드와 타이다.
장수연은 이로써 2013년부터 정규 투어 출전 74개 대회 만에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동안 네 차례 준우승(2010년 현대건설 서울경제 여자오픈·2013년 롯데마트 여자오픈·2014년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2015년 비씨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의 아쉬움도 한꺼번에 털어냈다.
특히 장수연은 아마추어 신분이었던 2010년에 현대건설 서울경제 여자오픈에서 잊을 수 없는 큰 아픔을 겪었다. 사실상 우승이나 다름없었으나 마지막 날 경기 도중 2벌타를 받는 바람에 연장전에 나섰다가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당시 최종 라운드 15번홀(파4) 그린 근처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는 과정에서 캐디백을 플레이 선상에 놓고 경기를 했다는 이유로 2벌타를 받았다. 하지만 이 벌타 적용에 대해 논란이 적지 않았다.
장수연은 "(오늘) 그때의 생각은 전혀 안났다. 오래 전 일이고, 오늘은 내 플레이만 하려고 집중을 해서 그런 생각은 안했다"고 말했다.
그의 생애 첫 승은 마지막 18번홀(파5) 세 번째 샷 때 기적처럼 만들어졌다. 그는 이 샷을 남겨 놓고 양수진과는 11언더파로 동타였다. 또 공동 2위로 끝마친 이승현이 1타 차로 추격했다. 상황은 이랬다. 드라이버 티샷을 한 뒤 그린까지는 198야드가 남았다. 4번 아이언으로 2온을 시도했으나 온 그린에 조금 못 미쳤다. 그가 꺼내든 클럽은 58도 웨지였다. 클럽을 떠난 볼은 그림처럼 홀(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장수연은 우승상금 1억2000만원을 획득하면서 시즌 상금누계 1억8823만원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이밖에 고교생 돌풍을 일으킨 최혜진은 이날 2타(버디 6개·보기 2개·더블보기 1개)를 줄이는데 그쳐 최종 합계 10언더파로 이다연(19)과 공동 4위에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