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머니볼’은 타율은 낮지만 출루율이 높은, 즉 몸값이 싸지만 팀 공헌도가 높은 선수 영입이 기본 전략이었다. 메이저리그 뿐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출루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선수와 지도자가 늘어나고 있다.
통계적으로는 자명한 이치다. 야구에서 득점은 출루율과 루타수의 곱이다. 따라서 점수를 내기 위해서는 출루율이 높은 타자와 장타율(=루타수/타수)이 높은 타자를 타선에 넣어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출루율은 1984년부터 공식통계가 됐다.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원년인 1982년 시즌이 끝난 뒤 열린 이사회에서 출루율을 공식시상 항목에 포함시켰다. 지난 6일 작고한 박기철 당시 기록원이 김창웅 홍보실장에게 건의해 이뤄졌다. 메이저리그보다 1년 이상 빨랐다.
그런데 KBO리그의 출루율 기록은 ‘이중 기준’을 갖고 있다.
KBO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역대 시즌 최고 출루율 기록은 2001년 펠릭스 호세(롯데)의 0.503이다. 2위는 1982년 백인천의 0.502, 3위는 지난해 에릭 테임즈(NC)의 0.497이다. 그러나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는 이 순위를 1위 호세(0.503), 2위 테임즈(0.4975), 3위 백인천(0.4966)으로 매기고 있다. 어느 한 쪽이 틀린 건 아니다.
출루율은 1954년 브루클린 다저스의 전설적인 단장 브랜치 리키와 통계전문가 앨런 로스가 라이프지 기고에서 최초로 발표했다. 이때 이름은 ‘On Base Average’였다.
공식도 달랐다. 현재 출루율 공식은 분자를 안타와 4사구의 합, 분모를 ‘타수+4사구+희생플라이’로 하는 분수다.
하지만 1954년 리키와 로스의 공식에서는 분모에서 희생플라이가 빠져 있었다. 희생플라이 자체가 1954년에야 공식 기록이 됐고, 이전에는 희생번트와 묶여 ‘희생타’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1982년 KBO는 리키의 공식을 따라 출루율에서 희생플라이를 제외했다. 하지만 1984년 메이저리그는 출루율을 공식 기록으로 삼으면서 희생플라이를 분모에 포함시켰다. 희생번트는 타자가 출루 의사를 포기하지만, 희생플라이는 그렇게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타율에서도 희생플라이를 분모에 포함시켜야 하지 않는가’라는 주장이 가능해진다. 실제 미국에선 가끔씩 이런 논란이 벌어졌다.
KBO는 메이저리그를 따라 1986년 출루율의 지금의 공식으로 개정했다. 그리고 1985년 이전 기록은 개정 전 출루율 공식을 적용하는 것으로 했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은 “구원왕도 과거엔 세이브포인트를 기준으로 했다. 새 기준에 맞추면 생기는 문제도 있다. 과거 기준을 존중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지금 출루율 기준으론 2015년 테임즈가 1982년의 백인천을 앞서지만, ‘KBO 공식 기록’에서는 2위 백인천, 3위 테임즈다.
KBO가 메이저리그보다 빨리 출루율을 공식기록으로 채택했기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다. 고(故) 박기철은 생전에 “왜 쓸데없는 상을 늘리나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타율보다 출루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상을 주자고 한 것”고 회상한 적이 있다. 시대를 앞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