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행정가'로서 첫 발을 내딛는 차범근(63) 2017 FIFA(국제축구연맹) U-20(20세 이하)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의 다짐이 사뭇 결연했다.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 트윈시티에서 열린 '2017 FIFA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현판식'에 참석한 그는 "(축구 행정가로서) 한국 축구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어떤 역할도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현판식에는 정몽규 U-20 조직위원장(대한축구협회장), 곽영진 상임 부위원장, 울리 슈틸리케 남자 국가대표팀 감독, 안익수 U-20 대표팀 감독 등 한국 축구계 유명 인사 35명이 참석했다.
정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U-20 월드컵은 2007 U-17 월드컵 이후 우리나라에서 10년 만에 열리는 큰 규모의 대회다. 2002 한일 월드컵의 영광을 기억하고 있는 국민을 위해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이 주인공이 되고 국가적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라고 밝혔다.
차 부위원장은 이번 현판식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이었다. 1998 프랑스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지낸 그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수원 삼성 감독을 역임했다.
두 번(2004·2008)의 K리그 우승을 일군 뒤에는 해설위원·축구교실 이사장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 내에서는 어떤 역할도 맡지 않았다. 축구 행정가로서 활동에 나서는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정몽규 회장의 거듭된 요청을 뿌리치지 못했다.
차 부위원장은 "나는 사실 감투 같은 것에는 별 흥미가 없었다. 위원장님께서 그간 여러 차례 부탁하셨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유소년을 위한 축구교실을 하면서 위원장님의 도움과 지원을 많이 받았고, 마음의 빚을 늘 갖고 있었다.
또한 축구계를 위한 헌신과 열정에도 탄복했다"며 "내가 고집을 꺾고 U-20 부위원장으로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지도자 복귀는 완전히 접었다. 그는 행정가로서의 인생에 모든 것을 걸었다.
차 부위원장은 "감독 차범근의 인생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도록 거름이 되고 싶다. 그간 축구인들이 행정가로서의 활동이 미미한 편이었다. 우리 세대들이 축구계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 대표팀을 이끄는 안 감독을 돕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차 부위원장은 "큰 대회를 국내에서 개최하면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안익수 감독과 우리 선수들이 2002 한일월드컵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길 바라고 적극적으로 응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차 부위원장의 응원을 받은 안 감독은 "우리 선수들의 당돌함을 믿고 있다. 홈에서 열리는 대회다. 떨거나 주눅 들지 않고, 그 속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U-20 월드컵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