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대는 갔다'고 한탄하고 있는 가수들도, 언제든지 '제2의 전성기'가 가능해진 시대가 왔다. 음악 방송들이 저마다 심폐소생술을 발휘하며, 잊혀진 가수나 전성기가 지난 가수에게 무대를 내주고 심지어 해체한 그룹 마저 재결합시키고 있다. 가수들에겐 '희망'을, 팬들에게는 '향수'을 안겨주고 있는 셈. 업계에서는 신인을 키우는 것보다 짧게라도 확실한 브랜드 파워 (가수명·그룹명)를 가졌던 가수나, 한 곡이라도 히트 상품(히트곡)을 가졌던 '중고 신인'들을 소환하는 것에 더 메리트를 느끼고 있는 상황. 재조명된 가수와 히트곡은 방송 출연과 음원 수익 창출로 연결되기도 한다. 방송국들은 어떻게 시청자와 가수를 '타임머신'에 태우고 있을까.
▶ '무한도전' : '토토가, 과연 시즌2가 끝일까'
한번 전설은 영원한 전설이다. 14일 상암벌은 노랗게 물들었다. 1997년 데뷔해 2000년 갑작스럽게 해체한 젝스키스가 16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왔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극비'를 내세우며 공연 당일 오후 3시에 트위터를 통해 장소와 시간을 공지했고, 공연 시작인 오후 8시까지 불과 5시간 동안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는 5000여명이 운집했다. 젝스키스의 상징색인 노란색의 풍선과 우비를 입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보며 안대를 벗은 젝스키스 멤버들은 눈물을 흘렸다. '무한도전'은 이미 지난해 1월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이하 '토토가')특집을 통해 90년대 '전설'의 가수들을 단번에 '메인 스트림'으로 이동시킨 바 있다. 김종국·김정남·김현정·바다·유수영·서현·김성수·이재훈·김예원·조성모·소찬휘·이정현·지누션·엄정화·김건모·이본은 '토토가' 방송 이후 방송과 음반·공연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토토가' 멤버들과 '토토가2'의 젝스키스까지, 잊혀질 법했던 가수들까지 '제2의 전성기'로 이끌어줄 수 있었던 것은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했다는 평이다. 팬들과 시청자는 이제 '무한도전'의 심폐소생술로, 저마다 다시 보고 싶은 가수들을 기대하고 있다. 젝스키스와 라이벌 구도를 달렸던 H.O.T도 마찬가지. 5명의 멤버들은 최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과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 '복면가왕' : '복면 벗는 순간, 추억여행 시작'
시대를 주름잡은 아이돌이나, '전설'이 아니어도 좋다. 대중에게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각인시킨 바 있는 가수라면 작가의 섭외 전화를 기다려도 좋다. 명확한 히트곡이 없더라도 '타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복면을 쓴 상태로 오직 목소리로만 승부하는 무대 위에서는 다소 변한 얼굴이나 세월의 흔적도 안심이다. 승승장구해 '가왕'까지 오를 수 있다면 금상첨화. 1회성 '방송 나들이' 가 아닌 타방송 출연이나 CF 등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단지 노래만 부르고 내려오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김성주·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백기간과 근황에 대한 '스토리'까지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멀어졌던 대중과의 거리를 일시에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5% (닐슨코리아·전국기준)에 육박하는 시청률만큼이나, 복면을 벗을 때마다 포털사이트 최상단부를 차지하는 '화제성'도 군침도는 이점이다.
▶ '슈가맨' : '한 소절만 나와도 반가운'
활약이 '토토가급'에는 못 미쳤거나, 그룹 활동으로 '복면가왕'의 출연과는 다소 걸맞지 않아도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노래가 가수를 추월해 메가 히트를 기록한 경우에는 '슈가맨'이 기다리고 있다. '슈가맨'은 파일럿 시절의 김준선('아라비안나이트')을 필두로 유승범('질투'), V.one ('그런가봐요'), 에메랄드 캐슬('발걸음'), 량현량하 ('학교를 안 갔어'), 주주클럽 ('나는 나') 에, 최근에는 에스더('뭐를 잘못한거니')까지, '생사'조차 알길이 없었던 슈가맨들을 불러냈다. 단순히 '추억팔이'에만 기대는 프로그램이 아닌 점도 장점. 가수와 팬들을 위해 차려놓은 '메뉴'도 푸짐하다. 잊혀졌던 명곡을 다시금 들춰 내는 것은 물론, 최고의 프로듀서들이 편곡을 거쳐 '슈가송'을 탄생시키며 후배 가수들이 슈가송을 부르기도 한다. 수도 없이 불렀던 '그 한 곡', 줄기차게 들었던 '그 한 곡'이 새롭게 탄생하는 순간에는 가수와 시청자 모두 벅찬 감동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 궁금했던 가수의 인생사도 들어보는 기회까지 제공하며 '달콤했던' 그 시절로 가수와 팬을 인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