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마음에 드는 타이밍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훈 선수로 뽑힌 경기 뒤에도 "좋은 타구는 없었다"며 웃지 않았다.
황재균은 지난 겨울 타격폼에 변화를 줬다. 지난해 높은 레그 킥과 긴 백스윙으로 원심력을 살리는 스윙을 했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진 시즌 후반 밸런스가 흔들린다고 판단했다. 공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 무릎 높이까지 들던 레그킥을 발목 높이로 낮췄다.
장종훈 롯데 타격 코치는 물론 동료들도 말렸다. 지난해 26홈런을 때려낸 폼이다. 하지만 황재균은 "드러난 문제점을 그냥 둘 수 없다"며 변화를 택했다.
과도기는 필연. 정규 시즌이 시작됐지만 새 타격폼은 몸에 배지 못했다.
황재균도 "크고 작은 변화를 주면서 가장 이상적인 자세를 찾으려 한다. 아직 내 폼이 정립되지 않았다. 타이밍이 좋지 않다. 매일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황재균은 1일 넥센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배트를 오른쪽 귀 뒤에 두고 어깨 높이에서 약 45도 정도 세운 채 타격을 준비했다. 레그킥은 발목 높이까지 했다. 시범경기까지 유지하던 자세. 이후 이따금 발 높이가 달랐다. 배트를 귀 앞에 두고 타격 준비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마산 NC전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배트를 어깨와 수평이 될 만큼 내렸다. 손잡이 부분을 오른쪽 어깨에 걸쳤다. 황재균은 "테이크백을 한 뒤 배트가 나오는 궤적을 짧게 해 빠른 스윙을 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조성환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이 타격폼에 대해 "투수의 몸쪽 공략 대응에 수월한 폼이다. 미리 배트가 나오는 각도를 만들어 두는 것이다. 이승엽도 지난해 같은 방식을 시도했다.
타자가 타이밍이 안 좋다고 생각하는 상황은 두 가지다. 늦거나 빗맞을 때다. 황재균은 안타가 적지 않으니 안타가 돼야할 공이 빗맞고 있어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예전부터 왼쪽 손목에 온전히 힘을 주지 못하는 것을 고민했다. 해결하기 위한 연장선일 수 있다"고 전했다.
첫 타석 결과가 좋았다. 2회 초 바뀐 타격폼으로 가볍게 돌린 스윙이 그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이 됐다. 안타 한 개를 추가하며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타격폼은 오래가지 않았다. 19일 사직 한화전 다섯 번째 타석에서 다시 배트를 세웠다. 앞선 4타석에서 삼진 2개와 범타 2개로 물러났다.
황재균은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자주 타격폼을 바꿔본 적은 없다. 하지만 추구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맞춰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배트를 세워 나선 다섯 번째 타석에선 타이밍이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튿날 한화전에서는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경기 후엔 "좋은 타구는 없었다. 그저 뱡향이 좋았다"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 바뀔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종열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변화를 주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타격폼을 찾게 된다. 시도만으로 의미가 있다"며 황재균의 도전을 높이 평가했다. 아직 기복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황재균 역시 "가끔은 팀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욕심이 많은 것은 안다. 빨리 내 타이밍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