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46) 수원 삼성 감독과 최용수(43) FC 서울 감독이 한목소리로 내뱉은 말이다.
서로를 처절하게 무너뜨려야 하는 K리그 최대 라이벌 감독이지만 팬들을 갈망하는 마음은 같았다. 두 감독은 승리의 영광도, 패배의 쓰라림도 많은 팬들이 보는 앞에서 느끼겠다는 공통된 의지를 보였다.
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과 서울의 올 시즌 첫 대결이자 역대 77번째 '슈퍼매치'가 펼쳐진다. 경기를 이틀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슈퍼매치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두 감독은 팬들을 위한 경기를 약속했다.
서 감독은 "많은 관중들 앞에서 많은 골을 넣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 감독도 "많은 팬들 앞에서 더 강한 전투력이 나온다"고 자신했다. 두 감독이 승패보다 팬들을 먼저 찾는 이유가 있다. 슈퍼매치는 곧 흥행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200만 6243명.
지난 76번의 슈퍼매치를 관전한 K리그 팬들의 숫자다. 지난 1996년 4월 시작된 두 팀의 경기는 그해 6월 두 번째 맞대결에서 3만 관중(3만2865명)을 넘어섰고, 2006년 8월 4만 관중(4만1237명)을 돌파했다. 2007년 4월에는 5만 관중(5만5397명)의 벽도 깼다. 평균 관중 2만6398명. K리그 역대 최다 관중 톱 10에 5경기나 포함됐다.
이제 슈퍼매치는 200만 6244번째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슈퍼매치의 '3가지 조건'
슈퍼매치는 슈퍼매치다워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 더비' 등과 함께 슈퍼매치를 세계 10대 더비로 선정한 이유다.
슈퍼매치다운 첫 번째 조건은 관중이다. K리그 최대 흥행매치답게 이번 경기에도 구름관중이 올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슈퍼매치는 항상 설렌다. K리그 팬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경기다. 팬들도 많이 기다렸을 것"이라며 "슈퍼매치로 인해 K리그 흥행이 다시 시작돼야 한다.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 2층까지 관중들이 꽉 채워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 역시 "슈퍼매치는 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 매치다.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며 "팬들을 위한 경기를 할 것이다. 팬들을 흥분하게 만들 것이다. 많은 팬들이 와서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슈퍼매치가 K리그 흥행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조건은 골이다. 축구에서 골보다 즐거운 것은 없다.
지난 시즌 첫 번째 맞대결에서 수원은 5골 폭죽을 터뜨리며 서울을 5-1로 무너뜨렸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7골이 터지는 난타전 끝에 서울이 4-3 승리를 거두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올 시즌 첫 격돌을 앞두고 두 감독 모두 공격적인 축구로 많은 골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서 감독은 "90분이 지난 뒤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혼신의 힘을 보여줄 것이다.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많은 골을 약속한다. 최소 3골 이상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 감독은 서 감독보다 한 골 더 많은 4골이 터질 거라 예상했다. 그는 "수준 높은 경기, 골이 많이 터지는 경기를 해야 한다"며 "4골 이상 나올 것이다. 4골은 나와야 슈퍼매치라 할 수 있다. 승패와는 상관없다. 공격축구로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슈퍼매치에 스타가 빠질 수 없다. 슈퍼매치 세 번째 조건을 충족시켜 줄 스타들이 총 출동한다. 다득점을 예상한 두 감독의 믿는 구석 역시 별들의 활약이다.
수원에는 '염산권'이 있다. 염기훈(33)-산토스(31)-권창훈(22)으로 이어지는 공격 트리오가 서울 격파 선봉에 나설 예정이다.
권창훈은 4골을 넣으며 득점 공동 4위에 올라있다. 산토스는 2골로 시즌 초반 조금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한 번 터지면 겉잡을 수 없다. 캡틴 염기훈은 3도움으로 도움 2위에 랭크됐다. 염기훈의 '택배 크로스'는 특히 슈퍼매치에 강했다. 그는 슈퍼매치 통산 6도움으로 최다 도움 기록을 가지고 있다.
서 감독은 "최전방에서 골을 잘 못넣고 있지만 골을 계속 만들어가는 작업들은 잘 되고 있다. 슈팅수도 상대 보다 월등히 높다. 우리 경기력만 유지하면 많은 골이 나올 수 있다. 우리 공격수들을 믿는다"고 자신했다. 서울에는 K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아데박'이 있다. 아드리아노(29)-데얀(35)-박주영(31)으로 이어지는 K리그 최강 공격진이다.
아드리아노는 5골로 득점 공동 1위, 박주영은 4골로 공동 4위다. 데얀은 헌신적인 플레이를 하며 동료들을 도우면서도 3골을 성공시켰다. 당연히 슈퍼매치에 강한 서울 선수도 있다. 데얀은 슈퍼매치 6골로 최다 득점 공동 1위다. 박주영도 5골을 성공시켜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 감독의 자신감은 넘쳤다. 그는 "우리의 '아데박'이 잘 하고 있다. 상대 수비수들이 집중 마크를 하지만 골을 넣고 있다"며 "무승부는 원하지 않는다. 승부를 볼 것이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많은 골을 넣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관중에 다득점. 스타들의 생각도 같았다.
염기훈은 "팬들이 즐거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슈퍼매치에서 좋은 경기력으로 최다한 많은 골을 넣겠다"고 다짐했다.
데얀은 "슈퍼매치는 항상 영광스러운 무대다. 좋은 경기와 좋은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큰 매치다. 많은 팬들 앞에서 골도 많이 넣을 것"이라며 골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