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팀이 갑자기 하향 곡선을 그릴 수도 있다. 바르셀로나도 라이벌전에서 패한 뒤 추락했다."(서정원 감독)
K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두 감독이 나란히 스페인 프로축구 명가 바르셀로나를 화두로 삼았다. 최용수 서울 감독과 서정원 수원 감독은 2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뜨거운 입씨름을 벌였다. 두 사령탑의 장외 설전은 기자회견이 끝날때 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추락를 언급할 땐 이구동성이었다. 물론 관점의 차이는 분명했다. 최 감독은 바르셀로나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서 감독은 서울도 바르셀로나처럼 추락할 수 있다며 최 감독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이 바르셀로나를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바르셀로나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파죽지세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각종 대회 39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을 정도(31승8무)로 빼어난 경기력을 자랑했다. 이름의 앞글자를 따 'MSN 트리오'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29)·루이스 수아레스(29)·네이마르(24)는 가공할 만한 위력을 과시하며 상대 수비진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지난 3일 2015~2016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1라운드를 기점으로 고꾸라졌다. 당시 이들의 상대는 숙명의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였다. 경기 전 축구 전문가들과 팬들은 바르셀로나 낙승을 예상했다. 바르셀로나의 기세가 워낙 대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해 11월 열린 시즌 첫 맞대결에서 0-4로 참패했다. 하지만 승자는 레알 마드리드였다. 이들은 '해결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 등의 골에 힘입어 바르셀로나를 2-1로 꺾었다.
이전까지 철옹성처럼 단단했던 바르셀로나는 레알 마드리드전 패배 뒤 모래성처럼 무너지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는 이어 가진 2번의 정규 리그 경기도 모두 패했다. 리그 3연패는 무려 13년 만이다. 더구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탈락했다. 이들은 8강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에 무릎을 꿇어 2회 연속 챔피언스리그 우승 도전에도 실패했다.
최용수 감독은 바르셀로나의 추락을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각오다. FC서울은 K리그에서 6연승을 달리며 단독 1위(6승1패)를 질주하고 있다. '아데박'이라 불리는 아드리아노(29)·데얀(35)·박주영 삼각편대도 건재하다. 이에 축구 팬들은 서울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최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지금 순위표는 의미 없다. 라이벌전 패배의 파장은 생각보다 오래간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슈퍼매치가 중요한 이유"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서정원 감독은 "공은 둥글다"며 반전을 꿈꿨다. 수원은 서울과 달리 리그 6위(1승5무1패)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서 감독은 "축구는 아무도 모른다. 하위 팀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며 서울전 승리를 통해 반등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