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이 예상됐던 주파수 경매가 싱겁게 끝났다. 경매는 시작 이틀 만에 주파수들의 주인이 결정됐고, 전체 낙찰가도 예상됐던 3조원에 휠씬 못미치는 2조1000억원에 그쳤다. 대신 이동통신 3사는 자신들이 원하는 주파수를 치열한 경쟁 없이 무난하게 가져갔다. 정부의 경매 흥행은 실패했지만 이통사들은 윈윈한 모양새다.
'쩐의 전쟁'은 없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5개 블록 총 140㎒ 폭에 대한 주파수 경매가 종료됐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주파수 경매는 지금까지 실시한 경매 가운데 가장 많은 주파수가 나왔고,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2.1㎓ 대역도 매물로 나와 이통 3사의 치열한 '쩐의 전쟁'이 예상됐다. 그래서 경매 기간도 최장 8일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경매는 이틀만에 종료됐다. 지난 4월 29일 열렸던 1일차 경매가 1단계 동시오름입찰에서 7라운드까지 진행돼 이날 열린 2일차 경매에서는 8라운드부터 속개됐다. 하지만 8라운드에서 5개 블록 모두 입찰자가 없어 경매가 끝났다.
경매규칙에 따르면 주파수할당 대상인 A·B·C·D·E 등 5개 블록 모두 2개 라운드 연속으로 입찰자가 없으면 경매를 종료하고 낙찰자와 낙찰가를 결정하게 된다.
5개 블록은 700㎒대역 40㎒폭(A블록), 1.8㎓대역 20㎒폭(B블록), 2.1㎓대역 20㎒폭(C블록), 2.6㎓대역 40㎒폭(D블록)과 20㎒폭(E블록) 등이다.
총 낙찰가는 2조1106억원으로, 최저경쟁가격 2조5700억원보다 4600억원이나 낮았다. A블록(700㎒ 대역)은 유찰됐고, 낙찰된 4개 블록 중 최저입찰가보다 가격이 오른 블럭은 단 1곳에 불과했던 결과이다. 당초 총 낙찰가가 3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이통3사 출혈없이 주파수 확보
정부는 경매 재미를 못본 반면 이통사들은 큰 출혈 없이 원하는 주파수를 확보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황금 주파수'로 꼽혔던 C블록(2.1㎓대역)을 최저경쟁가격인 3816억원에 낙찰받았다.
2.1㎓ 대역은 전세계에서 LTE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돼 해외 로밍 또는 장비 도입 비용이 낮고, 향후 5G(5세대 이동통신) 주파수로도 활용할 수 있어 '황금 주파수'로 불린다.
더구나 LG유플러스는 이통 3사 중 유일하게 2.1㎓대역에서 광대역(40㎒)을 구축하지 못했는데, 이번 주파수 확보로 경쟁사와 동등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번에 할당받은 2.1㎓ 주파수는 기존에 보유한 동일 대역 주파수 20㎒폭과 묶어 올해 말부터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2.6㎓ 광대역과 함께 최대 375Mbps 속도의 듀얼 광대역(2.1㎓+2.6㎓) 3밴드 CA 서비스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총 1조2777억원으로 2.6㎓ 대역을 모두 손에 넣었다. SK텔레콤은 이번 경매에서 유일하게 경합이 벌어진 2.6㎓ 광대역 D블록을 최저경쟁가격 6553억원보다 2947억원이 많은 9500억원에 낙찰받았다. E블록은 최저경쟁가격인 3277억원에 확보했다.
SK텔레콤은 기존 2.1㎓ 대역 투자비 매몰과 2.6㎓ 대역 신규 투자비 지출은 불가피하지만 이통 3사 중 가장 부족했던 주파수 자원을 확충, 늘어나는 트래픽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6㎓ 대역은 글로벌 생태계가 넓은 핵심 주파수로, 이미 단말이 많이 보급되어 있어 기존 고객까지 추가 광대역 혜택이 가능하다"며 "용량 부담도 조기에 해소가 가능해 향후 더욱 빠른 속도와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T는 1.8㎓ 대역 20㎒폭(B블록)을 최저경쟁가격인 4513억원에 낙찰받으면서 기존 1.8㎓ 대역에 더해 국내 최초로 초광대역 전국망 LTE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이용자는 단말기 교체없이 바로 이용이 가능하다.
KT 관계자는 "1.8㎓ 대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LTE 주파수로, 기존 1.8㎓ 인프라에 초광대역 LTE를 바로 적용할 수 있고, 안정적인 품질제공으로 고객 체감 품질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경매에 대해 이통 3사는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승자의 저주'를 피하면서 각자 원했던 주파수를 손에 넣을 수 있었고, 정부는 잡음없이 경매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