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9시께 태국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자 옆 자리의 태국인은 바로 스마트폰을 열고 알림창을 확인했다. 쏟아지던 알림창을 채운 것은 다름 아닌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 기자가 "라인을 쓰냐. 카카오톡은 모르냐"고 물어보니 그는 라인이라며 카카오톡은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3일 방콕 반얀트리 호텔 로비에서 만난 한 태국인 관광객은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라인TV의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영상을 보면서 간간히 라인에 접속해 친구들과 채팅도 했다. 그는 "친구를 기다리는 도중에 라인TV로 드라마를 보고 있다"며 "라인은 라인TV나 게임처럼 채팅 이외에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라인이 이미 태국에서는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태국 국민 메신저 등극 비결은
2013년 태국에 진출한 라인의 현재 사용자수는 3300만명으로, 스마트폰 인구 4000만명의 82.5%에 달한다. 태국 전체 인구가 670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구의 절반 가량이 라인으로 대화하는 셈이다.
라인이 페이스북 메시지·위챗·왓츠앱 등 쟁쟁한 글로벌 경쟁자를 제치고 태국에서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등극한 것은 각종 연계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했기 때문이다.
라인은 태국 법인을 세운 지난 2013년부터 지금까지 각종 부가 서비스를 내놓으며 태국 스마트폰 이용자를 유혹했다. 라인이 태국 시장에서 갖고 있던 전략은 '채팅을 넘어선 라인(Line Beyond Chat)'이다. 이를 증명하듯 라인은 채팅앱을 넘어 TV·음악·게임 등 시장에서 주력 플랫폼으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라인은 엔터테인먼트와 연계한 콘텐트 플랫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는 '라인TV'이다. 라인은 지난 2014년 12월 전 세계 시장에서 처음으로 태국에 라인TV를 내놨다. 라인은 미디어 사업자와 직접 드라마 등 콘텐트를 만들고 공급하는 온라인 방송 채널이다. 현재까지 800만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방콕 시내에서 만난 마크(25)는 "라인TV에는 다른 동영상 앱들과 달리 자체적으로 만든 재미있는 영상이 많고, 무엇보다 새로운 시리즈가 빠르게 올라와 즐겨본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태국의 제1미디어 그룹 GMM과 협업해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호르몬즈3' 시리즈를 내놨다. 이 드라마는 1억8000만 이상의 재생수를 기록하며 태국 젊은층에서 트렌드를 만들어가기도 했다.
또 다른 콘텐트 플랫폼으로 '라인뮤직'이 있다. 라인뮤직은 멜론이나 비트 등과 같은 모바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 현재 700만 다운로드 수를 넘었다. 라인은 GMM 등 현지 업체와 제휴해 태국에서 최다 음원을 보유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라인의 게임 플랫폼으로서의 위상도 높다. 한국 모바일 게임인 '모두의 마블' 태국판인 '라인 렛츠겟리치'는 2년 연속 태국에서 '올해의 게임'에 선정됐다. 현재 다운로스 수는 2300만건을 넘었다.
'국민 스마트 포털'로 더욱 깊숙이
라인은 앞으로 소비자와 만나는 연결고리를 넘어서 태국 스타트업 등 현지 파트너와의 제휴해 마케팅 연결고리로서 그 역할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3일 현지 반얀트리 호텔에서 가진 미디어 간담회에서 제시한 이용자와의 '거리 좁히기'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까지 B2C 영역 중심으로 이끌어온 각종 서비스를 다지면서 B2B 영역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라인은 지난달 모바일의 새로운 서비스인 '라인맨'을 선보였다. 라인맨은 사용자들의 심부름이나 배달 등을 지원해주는 심부름 서비스다. 음식배달·퀵서비스·편의점 제품 배달 등 영역에서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다.
아리야 태국법인장은 "태국 시장에서 이 같은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며 "가장 먼저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음식 배달 서비스이고, 잘되면 다른 국가로 역수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라인은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스타트업 에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스타트업에 라인이라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서비스 개발과 기획·운영을 태국 법인이 총괄한다. 조만간 스타트업들이 각자의 기술을 겨룰 수 있는 '라인 해커톤 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현지 파트너사들은 이미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의 라인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라위판 쁘라꼽와나낏 태국 던킨도너츠 마케팅 담당 이사는 "도너츠 박스 구매시 1+1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행사를 라인 플랫폼으로 했을 때 8일 만에 1400만 바트(약 4억5000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며 "대다수 사람들이 사용하는 앱이 라인이기 때문에 고객을 찾아가는 데 가장 유용하다"고 말했다.
아리야 태국법인장은 "'거리를 좁힌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라인이 철저한 현지화 전략의 성공으로 태국에 안착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자 앞으로 더욱 태국인들의 일상 속에 뿌리내리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라인은 태국인의 일상에 유용하고 혁신적인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포털'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