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리가 역사상 최초 4연속 우승(통산 26회)을 달성한 뮌헨을 두고 독일 언론과 팬들은 냉정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팀의 우승과 사령탑 펩 과르디올라(45)의 성적은 별개라는 시선이다.
뮌헨은 8일(한국시간) 독일 잉골슈타트의 아우디 슈포르트파크에서 끝난 잉골슈타트와 2015~2016시즌 분데스리가 3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간판 골잡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는 전반 15분과 전반 32분 연속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승점 85(27승·4무·2패)을 기록한 뮌헨은 남은 1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2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같은 시간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에 0-1로 패해 승점 77점에 머물렀다.
뮌헨의 우승이 확정되자 뮌헨 선수들은 '4ever'라는 단어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그라운드를 어린 아이들처럼 뛰어다니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4ever는 4연속 우승과 영원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포에버(forever)의 합성어로 '영원히 깨지지 않을 기록'이라는 자부심이 담겨 있다. 현지 언론도 대기록을 달성한 뮌헨의 성과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뮌헨의 우승은 독일 축구계의 축제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잔치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인물이 있다. 바로 과르디올라 감독이다.
대기록 뒤엔 늘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받기 마련이지만 뮌헨의 경우는 달랐다.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는 이날 '레반도프스키가 뮌헨의 우승을 이끌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에 대한 언급은 고작 한 번뿐이었다.
그것도 기사 말미에 과르디올라 감독이 유프 하인케스(71) 전임 감독의 기여도를 인정하는 인터뷰의 일부를 실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4연패의 영광을 하인케스 감독과 나누고 싶다. 대기록은 하인케스 감독의 몫이기도 하다"고 했다.
독일 일간지 빌트도 마찬가지였다. 이 매체는 '레반도프스키가 대기록을 쐈다'는 제목의 우승 기사를 공식홈페이지에 대문짝만 하게 실었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뒷전이었다. 기사 중 감독이 언급된 부분은 '과르디올라 감독은 잉골슈타트전 리드 상황에서도 내내 만족스럽지 못한 듯했다'는 대목뿐이었다.
뮌헨 지역지마저도 등을 돌렸다.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뮌헨은 환상적인 시즌을 보냈다'는 제목으로 특집 기사를 실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이 등장한 건 맨 마지막 "올 시즌엔 더글라스가 잘 해줬다"는 멘트 때뿐이었다.
언론이 구단의 성적과 사령탑을 분리해 바라보는 이유는 과르디올라 감독에 대한 실망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바르셀로나(스페인)의 황금기를 이끈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3년 언론과 팬들의 독일 축구계의 뜨거운 관심 속에 뮌헨 지휘봉을 잡았다. 뮌헨은 직전 시즌(2012~2013시즌) 하인케스 감독 지도 하에 유럽 클럽 최고의 명예인 트레블(정규리그·UEFA·포칼)을 달성했기에 팬들은 '명장' 과르디올라 감독 또한 영광을 재현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그는 재임기간 3년 동안 정규 리그 우승 3회에 그쳤다. 포칼 우승은 오는 22일 도르트문트와 결승에서 이겨야 2회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세 시즌 모두 4강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면서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차기 행선지를 정하는 '얄미운 모습'까지 보였다. 올 시즌으로 끝으로 3년의 계약기간이 끝나는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했고 지난 2월엔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행까지 확정했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는 "과르디올라 감독은 4연패 티셔츠를 입었지만 원정을 따라 온 뮌헨 팬들을 찾아 관중석으로 가진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