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이특의 더블 MC 캐스팅, 소녀시대 써니와 효연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한중(韓中) 합작 예능 '스타강림(拜托, 我的假期-가제)'이 시작도 하기 전에 거대 암초를 만났다.
톱스타들의 캐스팅 소식으로 뜨거웠고, 11일 제작설명회를 열고 화려하게 출범을 알리려고 했던 상황. 하지만 직접 쓴 기획안을 이 프로그램에 도둑맞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방송 컨텐츠 제작사 컨텐츠플레너가 도둑 피해를 주장하는 주인공이다. 컨텐츠플레너 측은 프로그램 기획안을 '스타강림' 제작사 측에 도용당했다며 이 프로그램의 제작 외주를 맡은 디디션엔터 측에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다.
컨텐츠플레너 측의 주장은 이렇다. '이 작품이 지난해 8월부터 산둥위성TV와 방송을 준비 중이었고,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4개 도시에서 2016년 산둥위성TV 광고설명회에 참석해, 광고주를 대상으로 발표까지 했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획안을 발표했고 편성까지 받았다. 심지어 산둥위성TV 편성책자에도 그대로 실려있고, 편성 확인서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하지만 방송을 앞두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편성이 지연됐고 그 사이 이 프로그램이 다른 기획사의 이름으로 산둥위성TV에 편성이 돼 있는걸 확인했다'면서 '우리 기획안을 도용해 디디션엔터와 기획사 케이콘텐츠가 국내 매니지먼트사에 똑같은 기획안을 보낸 증거를 포착했다'고 덧붙였다.
컨텐츠플레너 백종우 대표는 일간스포츠에 "지금 중국 관련 방송 컨텐츠 사업이 뜨겁다. 여러가지 사업들이 잘 진행 중인데 말도 안되는 사기 집단들이 일을 훼방놓고 있다. 이런식으로 진행하면 한류가 또 꺾이고 만다. 명확하게 진실을 밝혀내겠다. 한국과 중국 법이 허하는 선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종우 대표가 주장하는대로 두 프로그램이 똑같은지 확인이 필요했다. 일간스포츠가 입수한 두 프로그램의 기획서는 상당부분 흡사했다.
일단 가제로 붙은 프로그램 타이틀부터 비슷하다. 콘텐츠플래너의 제목은 '그럼, 나의 휴가를 부탁해요'이고 디디션이 보낸 기획안은 '나의 휴가를 부탁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수준을 넘어서 거의 같은 내용임을 확인할 수 있다. 12회 90분 편성에 한국과 중국의 직업을 체험하는 형식이 똑같다.
구성소개를 보면 '한중 스타들의 양국 직업 및 문화 비교체험'이란 문구가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 구성방식 또한 '한개 기업을 소재로 한다'는 부분이 똑같다.
프로그램 핵심 구성요소 또한 '한중 스타들이 양국 직업에 도전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도전예능'이라는 내용 역시 같다. 이 밖에도 기획안의 전체 내용이 누가 봐도 비슷하다.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하는 두 사람이 기획한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컨텐츠플레너 측으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은 디디션엔터 안성곤 대표는 "우리는 외주 제작사일뿐 계약 관련된 사항은 알지도 못하고 권한도 없다"며 관련 답변을 피했다.
'스타강림'의 기획안을 직접 짰다고 주장하는 케이콘텐츠 김창호 대표는 "'스타강림'의 기획은 내가 한 것이 맞다"면서 "컨텐츠플러너가 기획한 예능과 우리 '스타강림'은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다, 도용을 당했다는 얘기는 일반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밝혔다.
양 측은 서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누가 거짓말을 했고, 누가 피해자인지는 법적 다툼 후에 판가름 날 전망이다. 하지만 똑같은 한류 컨텐츠가 돌았고, 중국의 한 위성 방송에서 계약 당사자를 바꿔가면서 계약을 진행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떤 식으로 답이 나든, 중국에 불고 있는 한류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될 것 또한 분명해 보인다.
이런 잡음이 날 것을 예상 못하고 이 프로그램에 소속 연예인을 대거 출연시키기로한 SM엔터테인먼트는 또 다른 피해자다. 사건의 진행추이를 지켜본 뒤, 출연을 번복하든 강행하든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