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투수 양현종(28)은 올해 '불운의 아이콘'이라는 새 별명을 얻었다. 시즌 7경기에 등판했지만, 아직 승리와 연을 맺지 못했다. 투구 내용으로는 '불운'이라는 단어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양현종은 올해 7차례 선발 등판해 48⅔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평균 7이닝을 책임졌다. 10개 구단 선발 투수 중 최다다. QS(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6회, QS+(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4회는 공동 1위. 평균자책점도 3.51로 좋다. 선발 투수로서 역할은 충분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타선의 득점 지원이 너무 빈약했다. 양현종이 7차례 선발 등판하는 동안 동료 타자들은 딱 13점만 냈다. 9이닝당 2.4점으로 시즌 평균자책점보다 낮다. 10개 구단 투수 중 최악의 득점 지원이다.
지난해에도 양현종은 10개 구단에서 두 번째로 적은 득점 지원을 받았다. 9이닝당 4.9점. 지난해에도 동료 덕을 보지 못했는데, 올해는 그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렇다보니 '양현종이 승리 기록을 얻는 방법은 완봉승 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타 구단 선발과 비교하면 양현종의 불운은 더욱 두드러진다.
kt 외국인 투수 슈가 레이 마리몬은 6경기에 등판해 5승을 챙겼다. 평균자책점(4.78)과 퀄리티스타트(2회) 모두 양현종보다 떨어지지만, 경기당 8.44점 지원을 받았다.
양현종과 시즌 성적이 비슷한 넥센 박주현(6차례 선발·평균자책점 3.48)의 득점 지원은 무려 10.7점이다. 양현종의 동료 한기주는 선발 등판 시 11.3점을 지원받았다. 그래서 8점대 평균자책점에도 3승을 따냈다.
양현종의 무승이 7경기로 늘어나면서 선발 투수 '연속 경기 무승' 기록도 조명받고 있다. '불운 기록' 1위는 정민철(MBC 스포츠+ 해설위원)이 보유하고 있다.
그는 한화 소속이던 2004시즌 개막 후 13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1승도 얻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팔꿈치 부상까지 겹쳐 그해 6패 평균자책점 7.67이라는 성적을 남기고 시즌을 마감했다. 정민철의 뒤를 이어 2010년 호세 카페얀(한화)과 1997년 염종석(롯데)이 개막 뒤 11경기 선발 무승을 기록했다.
한편 KBO는 선발 투수의 개막 뒤 연속 경기 무승을 공식 집계하지 않는다. KBO 관계자는 "연속 무승 기록에 의미를 부여할 순 있다. 그러나 공식 기록 항목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집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