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는 안경을 낀 에이스가 두 명 있었다. 금테 안경이 트레이드마크였던 고(故) 최동원, 그리고 1992년 롯데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염종석(43) SPOTV 해설위원이다.
차이라면 두 선배 투수는 금테 안경을 사용했다. 박세웅은 고글을 낀다. 박세웅은 ""더 좋은 선수가 되면 고글이 아닌 금테 안경을 쓰는 걸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그도 롯데에서 '안경 에이스'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다.
전대 '안경 에이스'인 염종석 위원과는 직접적인 인연이 있다. 박세웅은 지난해 5월 kt에서 트레이드로 롯데로 이적했다. 당시 롯데 1군 투수 코치가 염 위원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트레이드와 체력 저하로 심신이 지쳐있었다.
염종석 코치와 자주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갔다. 두 사람이 한솥밥을 먹은 시간은 두 달 남짓. 염 위원은 같은 해 7월 17일 코칭 스태프 개편 때 3군 코치로 내려갔다. 박세웅은 같은 달 25일 등판한 KIA전에서 데뷔 첫 승을 거뒀다. 염 위윈이 직접 현장에서 축하해주진 못했지만 누구보다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올시즌 박세웅은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겨우내 체중을 불리고 근력을 키웠다. 구위와 제구력 모두 향상됐다. 새 무기 포크볼도 잘 통하고 있다. 시즌 전에는 4, 5선발 후보로 평가됐지만, 이제는 어엿한 롯데 선발진의 한 축이다.
염 위원의 평가도 후하다. "뛰어난 자질이 마운드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이제 해설위원인 그는 전 소속팀 선수에 대한 언급에 조심스러워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지켜본 박세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객관적'으로.
투구폼 변화를 호투 이유로 우선 꼽았다. 염 위원은 "지난해 박세웅의 투구폼은 와일드한 편이었다. 왼발 키킹 때 움직임이 컸다. 축이 되는 오른발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다. 머리도 흔들리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폼이 크면 힘이 더 들어간다. 힘이 떨어지면 팔 각도가 내려 간다. 염 위원은 "체력이 떨어졌을 때 무리하게 힘으로 던지려는 경향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러면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올 시즌엔 간결한 투구폼으로 공을 던진다고 평가했다. 왼발이 직각으로 곧게 올라간다.
염 위원은 "가끔은 흔들리지만 머리가 흔들리지 않는다. 투구폼에 군더더기기 없어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박세웅은 스프링캠프 때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는 투구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지난해 팔 높이가 낮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의도적으로 팔을 올리려다 보니까 머리가 왼쪽 옆으로 치우치더라. 머리를 고정하니까 팔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아직 아쉬운 점도 있다. 볼카운트 싸움이다.
박세웅은 올 시즌 이닝당 투구수 19.7개를 기록 중이다. 리그 평균(16.1개)보다 3.6개 많다. 한 이닝에 많은 공을 던지다보니 이닝 소화 능력은 떨어진다. 6경기에 등판해 평균 5이닝을 던졌다. 4월 5일 SK전 6⅓이닝 투구가 시즌 최다 기록이다. 박세웅도 이를 보완점으로 본다. 승리 투수가 된 경기에서도 "더 많은 이닝을 던지지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선배 '안경 에이스'는 과감한 승부를 주문한다. 염 위원은 "최근 몇 경기에는 제구력이 흔들리더라. 하지만 투수는 늘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다. 공격적인 투구가 필요해 보인다. 워낙 자질이 뛰어난 선수다. 패기도 있다. 패스트볼 구속도 빠르고, 변화구 구종도 다양하다. 더 자신있게 붙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