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상현(42)은 지난 7일 막을 내린 JTBC 금토극 '욱씨남정기' 남정기 역을 통해 극에 달한 찌질함으로 녹록지 않은 현실 속 을의 애환을 전하며 폭풍공감을 이끌어냈다. 2년 만에 복귀한 작품이었지만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였다. 윤상현표 맛깔스런 코믹 연기가 빛을 발해 '인생작'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파트너였던 이요원과 찰떡 호흡을 자랑, 경쟁작이었던 tvN '기억'에 앞섰다. '욱씨남정기'는 JTBC의 자존심을 살리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큰 공을 세웠다.
2015년 2월 가수 겸 작사가 메이비와 결혼에 골인한 윤상현은 결혼 2년 차 달달한 신혼을 보내고 있다. 같은 해 12월 딸을 품에 안은 윤상현. 그는 "'욱씨남정기'가 결혼 후 첫 작품이었다. 결혼하고 난 후엔 연기에 참여하는 자세가 많이 달라졌다. 책임감이 커진 것 같다"는 말과 함께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보다 단단해졌음을 느끼게 했다.
-종방연 날 눈물을 보였다더라.
"마지막 회를 스태프들이랑 같이 봤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울려고 한 게 아닌데 갑자기 울컥해서 눈물이 났다. 정말 즐겁게 찍었다.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까지 내 마음대로 놀아본 적은 처음이다. 작품에 대한 애정도도 컸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여태까지 했던 드라마들 중 가장 컸기에 떠나보내는 게 아쉬워서 그랬던 것 같다."
-'갑동이' 이후 2년 만의 복귀작이었다.
"작품은 계속 보고 있었다. 차기작을 고르는데 시간이 걸렸던 건 이번에 작품을 하면 카메라 앞에서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욱씨남정기' 대본을 봤다. 1, 2회 대본을 보는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혼 후 첫 작품이기도 했다.
"주변에서 '인생드라마'라고들 하는데 결혼하고 난 다음에 한 작품이라 연기에 참여하는 자세가 많이 달랐다. 드라마에서 '책임'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는데 다른 때보다 책임감이 컸던 드라마였다. 가정도 있고, 아내도 있고, 딸도 있다 보니까 신마다 더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딸도 보지 않겠나. 소홀하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욱씨남정기'를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눈동자를 이번 드라마하면서 많이 신경 썼다. 2~3배 오버해서 눈동자를 많이 사용했다. 처음에는 우리 드라마에서 벗어나 연기하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잘 묻어나게 해줬다. 동공을 사용해서 그렇게 연기하지 않았다면 재미가 없었을 것 같다. 동공 연기가 중요하다는 걸 이번에 처음 깨달았다. 그리고 감독님을 잘 만난 것 같다. 감독님이 여태까지 멜로 위주의 그림을 연출하셨던 분이라 과연 연출을 잘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재미없는 신도 감독님 덕분에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졌다. 감독님의 아이디어가 한몫한 것 같다."
-남정기란 캐릭터에 공감했던 부분은.
"대한민국 남자라면 거의 공감할 것이다. 나 역시 배우를 하기 전에 힘든 시기가 있었다. 남정기처럼 다른 사람한테 뭔가를 부탁하러 갔다가 퇴짜 맞은 적도 있다. 그런 부분이 많아서 1, 2회 대본을 처음 읽고 많이 울었다. 그래서 이 역할을 정말 자신 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연까지 결심했다. 우리 드라마는 정말 '웃프다'는 표현이 딱이었다. 슬픈 장면인데 코믹 요소를 가미해서 '웃픈' 상황으로 만들었다. 그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코믹 연기였다.
"드라마에서 한 가지 연기만 쭉 하는 걸 안 좋아한다. 그래서 재미없는 신도 재밌게 하려는 면이 있다. 이때까지 해왔던 드라마들을 보면 이 연기는 정말 이렇게 하면 재밌을 것 같은데 하면 내 주관대로 코믹으로 갔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떻게 매일 멋진 표정과 멋진 말을 하겠나. 울 때도 있고, 웃을 때도 있고 드라마에서도 그런 부분을 많이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여러 가지 표정이나 감정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욱씨남정기'에선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다 쏟아부었다."
-명장면 세 가지를 꼽아달라.
"아직도 첫 느낌을 잊지 못한다. 1, 2회에서 남정기가 옥다정(이요원)한테 가서 옷 벗긴 채로 쫓겨나 복도에서 서럽게 우는 장면이 있다. 그 신을 보면서 '우리나라 샐러리맨들이 다 저렇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아직도 처음에 읽었던 2부의 마지막인 남정기가 복도에서 우는 장면을 잊을 수 없다. 내가 연기한 걸 보면서도 울컥했다. 그리고 구조조정 하던 신이 생각난다. 솔직히 말하면 현실에서 구조조정한다고 했을 때 남정기처럼 내 이름을 써서 낼 수 있을까.(웃음) 그래서 그런지 남정기란 인물도 비현실적인 인물인 것 같다. 우주(최현준)가 옥다정과 결혼하겠다고 떼를 쓰는 장면도 재밌었다. 나 역시 우주 같은 경험이 있다. 옆집 누나가 고등학생이고 내가 초등학생이었는데 결혼한다고 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공감이 많이 갔다. 더 어렸을 때는 '원더우먼'을 보고 반해서 무조건 미국 여자랑 결혼하겠다고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긴 생각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