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권현상(34)의 본명은 임동재. 임권택 감독의 아들이지만 그는 본명이 아닌 가명으로 활동 중이다. 오로지 본인의 힘으로 노력해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지고픈 마음이었다.
올해로 데뷔 9년 차에 접어든 권현상은 "연차를 따지기 애매한 것 같다. 8,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배우로서는 이전의 상황과 크게 달리진 게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시간의 의미가 큰 것 같지는 않다"면서 "아직은 임동재라는 본명과 권현상이라는 가명을 불러주는 사람이 반반 정도다. 둘 다 친숙하긴 한데 권현상이라는 이름을 더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지난 7일 막을 내린 JTBC 금토극 '욱씨남정기'에서 러블리 코스메틱 대리 박현우 역을 맡았던 권현상. 안방극장에 학자금 대출로 인해 고통을 겪는 인물이지만 의리로 똘똘 뭉쳐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캐릭터로 활약했다. '블러드' 이후 안방극장에 1년여 만에 돌아온 그는 힘을 뺀 코믹 연기로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종영 소감은. "재밌는 드라마를 할 수 있어 좋았다. 끝나서 홀가분한 것도 있는데 지나고 나니까 배움이 많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잘하는 선배님들이 많아서 옆에서 보고 많이 배웠다. 큰 공부가 됐다."
-윤상현의 코믹 연기를 옆에서 보니 어땠나. "대단한 것 같다. 그런 이미지가 있는지 잘 몰랐다. 그래서 놀랐다. 대본에 있는 것보다 형의 애드리브가 많았다. 계속 아이디어를 내고 그걸 소화했다."
-코믹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을 것 같다. "역할 자체가 코믹한 면이 많지는 않았다. 근데 직접 해보니까 코미디가 어렵더라. 제대로 된 코믹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코믹 연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걸 느꼈다."
-'욱씨남정기'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나. "처음에 시작할 때는 이 작품이 잘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런 소재를 가진 드라마를 사람들이 많이 볼까 생각했다. 자극적인 걸 좋아하니까 큰 기대는 하지 안 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 반응도 좋고 공감해주는 분들도 많아서 놀랐다." -주변 친구들도 많은 공감을 했을 것 같다. "난 회사 생활을 한 번도 안 해봐서 이번이 처음이었다. 작품을 하면서 요즘 회사 다니는 사람들의 고충을 알게 됐다. 삶의 경험이 된 작품이다. 주변에서 친구들이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고 얘기를 해줬다. 친구들이 이 드라마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 것 같다.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이니까 그런 부분을 채워준 것 같다."
-종방연 때 윤상현도 울고 이요원도 울었다더라. "마지막 방송을 보고 나서 상현이 형이 감정이 북받쳐서 그런지 갑자기 울었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요원이 누나도 따라 울었다. 난 옆에서 '울지 마. 울지 마'라고 응원을 했다."
-박현우 역할을 소화할 때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 "박현우라는 역할이 어떻게 흘러갈지 몰랐다. 대본을 보면서 감정선에 맞춰갔다. 아무래도 회사 생활을 안 해봐서 그런 부분이 어색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 부분에 신경 써서 연기를 했다. "
-억울함이 많은 캐릭터였다. "불쌍했다. 정말 극 중반쯤 넘어가서는 웃는 게 없었다. 걱정거리들이 많았다. 9, 10, 11회 할 때 감정선이 우울해서 웃긴 상황이 나올 때 어떻게 리액션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가뜩이나 다운되어 있어서 우울했는데 억울한 일도 많아 슬펐다."
-작품의 어떤 점이 매력이었다고 생각하나. "1, 2회를 촬영하고 나서 편집본을 보기 전까지 CG가 들어가는지 몰랐고 이렇게 웃기게 편집이 될지도 몰랐다. 정말 웃기더라. 그리고 자기 일 같아서 웃기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했다고들 하더라. 현실적인 이야기지만 웃기게 풀어낸 점이 매력이었던 것 같다."
-러블리 코스메틱 식구들은 어땠나. "아무래도 회사 내용이니까 세트장에서 촬영이 많았다.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서 배우들끼리 가까워졌다. 진짜 가족 같았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황보라와 러브라인이 이뤄지지 않았다. "차인 게 마음에 들었다. 여느 드라마 같지 않아서 좋았다. 굉장히 현실적이었다." -데뷔 9년 차에 접어들었다. "연차를 따지기가 애매한 것 같다. 큰 역할들을 했던 것도 아니라서 8,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배우로서의 상황은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
-선역과 악역 중 어떤 역할이 더 끌리나. "나쁜 역할이 재밌다. 배우로서는 확실히 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 착하다는 건 드라마 안에서 정형적일 수 있다. 악역은 좀 더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실제 권현상은 어떤 사람인가. "둥글둥글하다. 다른 사람한테 피해 주는 걸 싫어한다. 조용하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한다. 영화 보는 걸 좋아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다. 나가서 노는 것도 좋아하는데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안 타는 성격이다. 집에 있어도 할 게 많다."
-아버지 임권택 감독의 건강은. "연세가 있으시고 당뇨가 있으셔서 건강 상태가 좋지는 않으시다. 하지만 관리를 잘하시고 있다. 영화에 대한 열정도 여전히 크시다."
-권현상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지 궁금하다. "아버지지만 닿을 수 없는 별 같은 그런 느낌이다. 아버지가 이루신 업적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 나와는 갭이 있다. 정말 쳐다보기도 힘든 위치에 계신 분이란 걸 느낀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자극받고 있는 것들도 있다."
-아버지와 작업할 계획은 없나. "부담스럽다. 아버지도 딱히 날 쓰실 일은 없을 것 같다. 만약에 하자고 해도 부담감 때문에 못 할 것 같다."
-아버지는 평소 어떤 조언을 해주시나.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이야기는 잘 안 하신다.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많이 얘기해주셨다. 그래서 사람의 도리와 관련해 배운 것들이 많다."
-가족들의 '욱씨남정기' 반응은. "어머니가 재밌게 보셨다고 하더라. 어머니는 내가 하는 드라마를 거의 다 보신다. 드라마가 잘 돼서 어머니가 기분 좋아하신다."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나. "같이 살고 있다. 독립하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집에 젊은 남자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0대 중반의 나이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집에서 약간 압박이 오고 있는데 그래도 '빨리 가야지' 이러진 않는다. 은근히 압박을 주시는 것 같다."
-연애는 하고 있나. "안 한지 한 2년, 3년이 된 것 같다. 딱히 만날 기회도 없었던 것 같다. 만날 자리도 없었고 소개해준다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그런지 약간 불안하기도 하다."
-이상형은. "예전엔 많이 따졌는데 이젠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현명한 여자가 좋다."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는. "공포물을 해보고 싶다. 얼마 전 영화 '곡성'을 봤는데 내가 저기에 나오는 배우들 중 한 명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너무 인상 깊게 본 영화다."
-앞으로의 목표는. "직진하고 싶다. 무슨 역할이든 당장에 주어지는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해 직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