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응답하라' 세 번째 시리즈인 '응답하라 1988'은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연출부터 글, 배우들의 연기와 드라마 삽입곡 등 뭐하나 부족함 없이 작품을 채웠다. 마지막 회는 19.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응답하라 1988'은 늘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했고 각종 SNS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콘텐츠파워지수 6주 연속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도 '응답하라 1988'의 선전은 눈부시다. TV 부문 남녀신인상과 연출·극본상을 비롯해 무려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TV 부문에서는 최고의 기록이다. 감동과 웃음을 준 '응답하라 1988'의 활약상과 수상 가능성을 살펴봤다.
제52회 백상예술대상은 6월 3일 오후 8시 30분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개최된다. JTBC PLUS 일간스포츠가 주최하며 조인스 문화사업 부문이 주관한다. JTBC·JTBC2로 생방송되며 중국 아이치이서 동시 동영상 생중계한다. 스타센추리·르노 삼성이 협찬한다.
◇ 3代가 보는 가족극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남편찾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엔 가족극에 더 포커싱됐다. 방송 시간도 기존 보다 30분 당겨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1980년대, 이웃 간의 정이 가족만큼 따뜻했던 그 시절을 실감나게 그려내면서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어려웠던 시절, 삼남매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부모를 실감나게 표현한 성동일-이일화는 극의 중심이었다.
뿐만 아니라 어머니 없이 홀로 박보검을 키워야 했던 최무성과 부모도 부모를 그리워하며 누군가의 자식임을 일깨워준 김성균, 남편 같은 아들인 고경표와 어린 김설을 홀로 키운 김선영 등 마음 한 구석을 뭉클하게 한 에피소드 속 배우들의 진심 담긴 연기를 볼 수 있었다. 1988 서울 올림픽과 당시 인기를 끌었던 가수들 박남정·소방차·전영록 등의 노래와 패션도 잘 이용했다.
◇ 신인들의 반란
여주인공 성덕선에 걸스데이 혜리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은 '아닌 밤 중에 날벼락'이었다. 몇 차례 연기를 해봤지만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혜리가 여주인공 캐릭터를 살려낼 수 있을까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첫방송부터 과감히 여론을 뒤집었다. 소탈하고 털털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을 지닌 성덕선을 누구보다 잘 그려냈다. 자매로 나온 류혜영과 대비되는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표현하며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를 줬다.
브라운관에 처음 등장한 류준열 역시 유쾌하면서도 남자다운 매력으로 혜리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잘생김'을 연기하며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박보검도 무심하면서도 섬세하고 국가대표 바둑기사가 짊어진 부담감을 덤덤하게 털어놓는 최택을 진정성 있게 표현했다. 류준열과 박보검의 설레는 행동에 대한민국 많은 여자들이 설렜다.
◇ 주연 이상의 조연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명품 조연'이다. 사실 조연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안재홍은 6수생의 참담함과 사회성이 부족하지만 누구보다 마음씨 따뜻한 김정봉을 실감나게 그렸다. '동룡이' 이동휘도 유쾌할 땐 누구보다 유쾌하지만 진지할 때는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만들 줄 아는 다재다능한 배우임을 입증했다.
'쌍문동 태티서'라 불린 라미란·이일화·김선영도 유쾌했다. 골목 어귀 평상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고구마를 먹는 모습은 우리가 봐 오던 골목길 풍경이었다. 혜리의 친구로 등장한 이민지와 이세영 역시 맛깔 나는 연기력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일조했다. 박보검의 아빠로 나온 최무성도 무뚝뚝하지만 한 여자에 대한 애틋하고 소심한 감정을 표현해 새로운 러브라인을 만들었다.
◇ O.S.T 차트 점령
오혁이 부른 '소녀'는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음원사이트 1위를 지켰다. 이문세의 원곡을 오혁이 재해석하면서 혜리와 류준열의 러브라인을 잘 살려냈다. 류준열이 혜리를 보면서 느끼는 설렘과 떨림을 전달하는데 극대화시켰다.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도 차트 롱런 곡 중 하나다. 드라마 O.S.T를 좀처럼 부르지 않던 이적은 감수성 풍부한 목소리로 전인권이 부른 원곡 이상의 감동을 안겼다.
이 밖에도 김필 '청춘' 박보람 '혜화동(혹은 쌍문동)' 노을 '함께' 소진 '매일 그대와' 여은 '이젠 잊기로 해요'까지. 앨범 내 전곡이 차트 상위권을 점령했다. 드라마가 잘 되면 O.S.T도 인기지만 이렇게까지 차트를 점령하며 신드롬을 일으키는 건 흔치 않은 사례. 쟁쟁한 신곡 공세에도 굳건했다. 당시에도 인기 많았던 명곡들이었지만 다시 부른 가수들의 감정도 훌륭했다. 적절한 장면에 적절한 음악이 낳은 시너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