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은탁이 데뷔 후 출연했던 드라마들의 회차 숫자다. 인터뷰룸으로 들어선 그에게 '122부작 (MBC '아름다운 당신')을 마쳐, 많이 지쳤을 것 같다'고 말했더니, 그는 "이제껏 했던 작품 중에는 짧은 축에 속한다"며 웃었다. 강은탁은 '폐활량'이 좋은 장거리 주자다. MBC '주몽' (81부작)로 데뷔해 MBC '에덴의 동쪽' (56부작), KBS 1TV '바람불어 좋은 날' (173부작), 주연으로 발돋움KBS 2TV 'TV소설 순금의 땅' (163부작), MBC '압구정 백야' (149부작), MBC '아름다운 당신' (122부작)까지 긴호흡으로 달려왔다. 그 사이 내공은 적립금처럼 쌓여왔고, 어느덧 '믿고 쓰는 주연 배우'로 성장했다. 100부가 넘어가는 대장정도 좋지만, 짧고 임팩트 강한 작품에서 자신의 감정을 쏟아보고 싶다는 그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 '아름다운 당신', 122부작을 마쳤다. 힘들것 같은데. "짧았다. (웃음) 전작들이 워낙 더 길었다. 물론 이번 드라마는 처음부터 내가 끌고 가야하는 내용이라, 쉽지는 않았다. 주7회 촬영이 반복되다 보니 지친면이 있지만, 그래도 많이 단련돼 있어서 문제없었다."
- 소감이 어떤가. "몽롱하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니, 사회 적응을 새로 하는 느낌이 든다.(웃음)"
- 배우 데뷔작 '주몽' 이후 10년, 마음가짐이 남다를 듯하다. "장기 계약직이었다가, 이제 정규직이 된듯한 기분이다. 사실 과거에는 '여기는 내 바닥이 아니다'라고 생각했었다. (웃음) 지난해 '아름다운 당신' 방영 중에 MBC에서 신인상을 수상했을때는 '이제 내가 보이시나보다'라고 느꼈다."
- 차기작은 어떤 역할을 맡고 싶나. "맹목적인 사랑을 주고 받는 역할 또는 매우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 연애, 결혼까지 생각할 나이가 됐는데. "여자친구가 없다. 이소연, 서도영등 동료배우들이 나란히 결혼하자마자 '아름다운 당신'에 합류했다. '알콩달콩'한 모습에 부럽더라."
- 과거 량현량하의 백댄서를 했던 이력이 있는데 "고등학생 시절이다. 당시 가수를 해보고 싶었던것은 아닌데, 예고에 다니던 시절이기 때문에 노래나 춤까지 이것저것 다 하던 때였다. 우연히 량현량하의 무대에 섰는데, 참 재밌고 신기했지만 역시 그 길은 막막해 보이더라. 크게 돈벌이가 될것 같지도 않고, 하염없이 계단에서 기다리는것이 힘들기도 하고, 텃세도 심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이제 와서는 그런 기억도 나쁘지 않은 재산이다."
- 강은탁이라는 이름이 이미지와 딱 어울리는데, 본명은 '신슬기'로 귀여운 느낌이다. "(웃음) 이제는 집에서도 '은탁이'라고 부른다. 실은 강은탁이라는 이름은 작가 이경희님이 지어주신 것이다. 배우 강지환 형도 실은 따로 본명이 있는데, 역시 이경희 작가님이 '강지환'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다. 그래서 나는 '무슨 강씨야'라고 물어보면 '이경희 강'이라고 답한다.(웃음)"
- 시청률과 상, 어떤것이 더 탐나는지. "당연히 시청률이다. 작품이 망했는데, 배우가 상을 타면 뭐하겠나. 물론 상도 매우 영광스럽지만, 그것은 '내가' 잘한것이고, 작품은 '모두 함께' 잘했다는 뜻이다. 내 개인의 욕심보다는 작품에 일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 '아름다운 당신'의 애청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름다운 당신'의 시청률 표를 보시면, 첫방부터 막방까지 그래프가 굴곡이 없고 일직선에 가깝다. 무슨 뜻이겠나. 보시던 분들이 꾸준히 매일 같은 시간에 우리 작품을 봐주셨다는 의미다. 거기에 재방송까지. 그 '의리'에 큰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제는 긴 호흡보다는 짧은 호흡, '짧고 굵게 모든 것을 쏟아내는' 드라마에서 연기를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