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가 성남 FC를 상대로 시즌 첫 승을 거둔 28일 밤 10시. 김도훈(46)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박영복(69) 구단 대표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즌 첫 번째 승리를 12번째 경기 만에 달성한 것에 대한 죄송함이 담겨 있었다. 김 감독의 가라앉은 목소리를 들은 박 대표는 "강팀 성남을 잡았으니 몇 승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경기였다. 인천의 진짜 축구는 2차 라운드부터 시작이네"라며 다독였다.
인천이 모질었던 '무승'의 터널을 벗어났다. 인천은 28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성남 FC와의 12라운드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팽팽한 균형을 이루던 후반 34분, 벨기에 출신 공격수 케빈 오리스(31)가 중원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송제헌에게 연결한 뒤 다시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앞선 11경기에서 4무7패, 승점 4점(리그 12위)에 그쳤던 인천은 강팀 성남을 잡고 183일 만에 감격스런 첫 승리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모두가 하나가 돼 일군 승리였다. 공교롭게도 첫 승을 안긴 성남전은 김 감독이 부임한 뒤 치르는 50번째 경기였다. 김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 그리고 박 대표는 지난 26일 조촐한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김 감독의 50번째 경기에 승리를 선물하자. 강팀을 상대로 승리하면 분명히 희망이 있다"고 박 대표가 말하자, 선수단은 박수로 결의를 다졌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날 승리에 대해 김 감독은 "선수들이 가정 대소사를 미뤄가며 훈련과 미팅에 참여했다. 겨울 전지훈련 동안 준비한 것들을 비디오로 다시 돌려 보며 준비했다. 선수들의 간절함 덕에 승리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너무 늦게 거둔 시즌 첫 승이라 팬과 선수단, 그리고 구단에 죄스러울 뿐"이라고 했다.
앞서 인천 서포터스는 지난 22일 광주 FC에 패하자 선수단 출입구를 막고 항의 집회를 했다. 팬들은 감독과 구단 대표의 사과를 받고 나서야 돌아갔다. 관중석에서 쩌렁쩌렁 울렸던 "사랑해요, 인천"이라는 구호는 "정신 차려, 인천"으로 바뀐지 오래였다. 김 감독은 "후반전에 결승골이 터졌을 때 기쁘기보다 환호하는 팬들을 바라보며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1승이 이렇게 힘든지 예전에는 몰랐다"고 말했다.
이제 시작이다. 인천은 여전히 리그 최하위다. 그러나 성남을 잡으면서 11위 전남의 뒤를 승점 1점 차이로 쫓고 있다.
오는 6월 11일 수원 삼성전까지 주어진 약 2주 간의 휴식기 동안 팀을 단단하게 정비해 다시 승부를 건다.
김 감독은 "12경기에서 3승 이상을 거두지 못한 팀은 강등된다고들 한다"며 "징크스는 깨라고 있는 것이다. 인천이 먼저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