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27)이 금지약물 복용 징계가 풀린 뒤 실시한 첫 공식대회 도핑 테스트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약물과 무관하게 좋은 성적을 거두며 자신감을 되찾은 박태환이 올림픽 출전 선수 등록 마감일인 오는 7월 18일 안에 '리우행' 티켓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태환은 지난달 25~29일까지 광주 남부대 국제 수영장에서 열린 국가대표선발전 겸 동아수영대회기간 중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로부터 도핑 테스트를 받았다.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는 "통상 3~4주 내에 결과가 나온다. 양성자 없이 전원 음성으로 확인되면 KADA에서 별도 연락이 없다"고 30일 밝혔다.
◇첫 공식대회 도핑 음성판정
박태환은 동아수영대회에서 출전한 1500m·200m·400m·100m 자유형 전종목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대회 내내 그와 견줄만한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량을 발휘했다. 주종목인 자유형 400m 기록(3분44초26)은 올 시즌 세계 4위에 해당한다.
도핑 검사에서도 금지 약물 성분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ADA측 관계자는 "빼어난 기록을 내거나 메달을 딴 선수, 과거 도핑 전력이 있는 선수 등을 대상으로 검사를 한다. 도핑 검사에서 양성 판정자가 나올 경우 해당 종목을 관할하는 연맹과 선수에게 3~4주 이내에 통보한다. (박태환 역시) 별도로 연락을 받지 않았다면 음성으로 확인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서는 도핑 검사를 받는 선수가 타인의 소변으로 바꿔치기를 하거나 응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례가 이따금 보고된다. 박태환은 과거 불법 약물이 검출된 경험이 있었지만, 별다른 문제 없이 도핑 테스트를 마쳤다.
동아수영대회에 파견돼 박태환의 시료 채취 과정을 지켜 본 장선웅 KADA 검사관은 "도핑 검사는 시점이나 날짜, 대상 모두 비밀에 부친 채 불시에 실시한다"며 "박태환은 차분하고 편안하게 도핑 검사를 받았다. (테스트 중) 돌발 징후나 이상한 점 역시 발견되거나 보고되지 않았고 매끄럽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박태환의 친 누나인 박인미 팀 GMP 팀장은 "징계가 끝난 뒤 공식 경기에서 받은 첫 도핑 테스트는 동아수영대회가 맞다. 그러나 18개월간의 징계 기간 동안에도 KADA에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나와 소변 및 혈액 검사를 했다. 지난달 21일 호주 시드니에서 개인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공항에서도 도핑 테스트를 했다"고 말했다.
장선웅 검사관은 "KADA는 검사 대상자등록명부(RTP·Registered Testing Pool)에 등록된 선수의 위치와 장소 등에 대해 관리하고 있다. 주로 우수하거나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가 많다. 경기가 없더라도 불시에 찾아가 도핑 테스트를 한다"고 설명했다.
◇리우 올림픽 '막차' 시간은 7월18일
박태환과 대한체육회는 리우 올림픽 출전 여부를 두고 지난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박태환은 이미 지난 5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이 문제를 놓고 중재를 요청한 상태다. 박태환 측은 "'금지약물을 복용 또는 사용하는 행위로 징계 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 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는 대한체육회의 규정이 '이중징계'에 해당한다"며 CAS에 제소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 여부가 다음달 16일 이사회에서 결정되는 만큼 현 시점에선 중재 대상이 아니다"라고 CAS에 의견을 보냈다. CAS는 이사회의 결정이 이뤄지는 16일께 박태환의 의견을 받아들여 심리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태환의 법률대리인 측은 CAS가 박태환에 대해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가장 이른 시점을 오는 7월 8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최종 엔트리 등록 마감시한인 오는 7월 18일까지만 출전이 확정된다면 리우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는 "(우선)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출전은 대한체육회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며 "(만약 출전 결정이 데드 라인에 임박해서 확정되더라도) 박태환은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다음달 18일에 리우행이 결정돼 대표팀에 합류해도 기량을 발휘하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박태환은 먼저 꾸려진 수영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합숙 훈련을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인천에서 개인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오전 6시부터 8시30분까지 수영을 한 뒤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진한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오후 4시30분부터 또 한번 물살을 가르고 있다.
박인미 팀장은 "현재 오는 16일 이사회의 결정까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대한체육회 측에서 '만나자'는 등의 별도 연락이 없었다"며 "박태환은 아직도 CAS의 중재 없이 리우 올림픽에 가길 원한다. 대한체육회가 한국 수영의 미래를 생각해 부디 먼저 좋은 방향으로 결정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