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테니스 4대 그랜드슬램 중 하나인 '롤랑가로스(Roland-Garros·프랑스 오픈 공식 명칭)'를 스포츠 축제로서 즐기는 '롤랑가로스 인더시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윔블던, US 오픈, 호주 오픈과 함께 세계 4대 메이저대회로 꼽히는 롤랑가로스를 한국에 알리고자 마련됐다.
아시아에서 롤랑가로스 인더시티 행사가 열린 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이는 롤랑가로스 측이 아시아 시장의 교두보로 한국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테니스는 유럽과 북미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스포츠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대중적인 인기가 미흡하다. 지난해 9월 대한테니스협회와 업무 협약(MOU)을 체결한 프랑스테니스협회가 롤랑가로스 한국 홍보대사로 가수 윤종신(47)과 테니스 전 국가대표 전미라(38) 부부를 위촉한 이유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이자 작사·작곡·프로듀서로 문화예술분야에서 활약 중인 윤종신과 한국 최초로 윔블던 주니어 세계 2위에 올랐던 자타공인 여자 테니스의 전설 전미라는 롤랑가로스가 원하는 이상적인 홍보대사였다.
일간스포츠는 '롤랑가로스 인더시티' 전야제가 열린 지난 달 31일, 이들 부부를 만나 테니스와 롤랑가로스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테니스는 보다 패셔너블해져야 한다"
윤종신과 전미라는 테니스를 계기로 맺어진 '테니스 커플'이다. 은퇴 후 테니스 잡지에서 일하던 전미라가 연예인 테니스 동호회 취재를 갔다가 윤종신과 만나 사랑을 싹틔운 얘기는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이처럼 테니스로 시작해 테니스와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부부에게 이번 롤랑가로스 홍보대사는 특별한 경험 그 자체였다.
프랑스테니스협회의 초청을 받아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롤랑가로스를 관전하고 돌아온 두 사람은 "한국 테니스의 발전을 위해서는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선수 출신으로 한국의 테니스 환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미라는 "한국은 선수가 잘해야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럽은 반대다.
환경을 만들어야 좋은 선수가 나온다는 생각"이라며 "이형택(40)이나 정현(20)이 잘한다고 해서 환경이 바뀐 것이 있나. 일단 환경이 좋아져야 하려는 사람도 많아지고 꿈을 키울 수 있다"고 강변했다.
윤종신도 "우리는 이런 대회를 보면 '정현이 몇 위를 했나', '우수한 선수들과 경기를 한다' 이런 것에만 집중한다. '이 아름다운 코트에 한국 선수가 있다', '정현이 있어서 대회가 빛난다' 이렇게 생각할 수는 없을까"라며 선수들의 순위 매기기에만 급급한 풍조를 꼬집었다.
그는 이어 "물론 드라마틱한 우승은 그 자체로 엔터테인먼트가 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저변을 확대하고 시스템을 갖춰야 테니스의 인기가 올라가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츠오카 슈조(49), 니시코리 케이(29) 등 꾸준히 상위랭커를 배출하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의 저력이 어디서 나왔는지 잊지 말아야한다는 얘기다.
선수 출신이 아닌 윤종신은 부외자의 시선으로 테니스의 가능성을 바라봤다.
"테니스가 패셔너블해져야 한다"는 그의 말은 한국 테니스가 대중적으로 다가서기 위해 고려해볼 만한 제언이다. 선수들은 물론 동호인들도 축제처럼 달아오른 메이저대회의 열기를 몸소 느낄 수 있도록, "오픈 투어를 패키지 관광으로 만들고 싶다"는 사업가적 마인드도 내비쳤다. 프로듀서로서 테니스를 하나의 문화로 '프로듀싱'하고 싶은 의욕이 넘쳐나는 눈빛이었다.
윤종신은 "한국 테니스도 성적주의에서 벗어나 페스티벌처럼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홍보대사로서 내가 할 일은 '테니스 정말 폼나고 멋있네, 나도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것"이라며 뜨거운 사명감도 보였다.
'매직테니스 아카데미'로 테니스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아내 전미라 역시 "더 많은 사람들이 '테니스를 치면 재미있구나'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홍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남편의 말에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