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숙 기간을 거쳐 복귀한 탁재훈(48)은 '재기'급행 열차에 탑승했다. 28살의 늦은 나이에 연예계에 입문해 히트곡도 냈고 배우, 예능인으로서 굵직하게 이름을 새긴 그다. 2007년엔 KBS '연예대상' 대상도 거머쥐며 최정상의 자리에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불행은 한꺼번에 몰려와 탁재훈을 집어 삼켰다. 불법 도박으로 자숙하던 중 이혼까지 했다. 10여년간 차근차근 쌓았던 명성은 논란의 꼬리표와 함께 무너져내리는 듯 했다.
그런 그가 3년만에 복귀했다. 탁재훈의 복귀 선언에 예능계는 들썩였다. 탁재훈의 '악마의 재능'은 최근 대세 예능프로그램 필수 요소인데다 이와 같은 캐릭터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관계자들이 두 팔 벌려 환영했다. 대중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때문에 탁재훈은 복귀작 '음악의 신2'부터 '라디오스타', 'SNL코리아7' 등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마다 '대박'을 기록했다.
탁재훈은 최근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하반기 고정 MC로 긍정적 논의를 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도 여러개. 탁재훈은 "다시 예전의 전성기를 누리겠다는 마음은 없다. 더이상 잃을 것도 없고 모든 걸 해탈한 느낌이다. 이제는 즐겁게 일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지난 달 청담동의 한 이자카야에서 탁재훈을 만났다. 소속사 없이 일하고 있는 탁재훈은 일찌감치 약속 장소에 나와있었다. "지각 안했다"는 말에 "이제 안한다"며 껄껄 웃었다. 그는 자숙 이전보다 오히려 여유있는 모습으로 그간의 이야기를 꺼내놨다. 물론 감출 수 없는 입담도 취중토크를 웃음으로 물들였다. 그렇게 3시간 넘도록 커다란 사케 두 병을 깨끗이 비웠다.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은 어떻게 되나요.
"분위기 따라 달라요. 소주로 따지면 한병 반? 이 정도면 알딸딸 해져요. 주종 안 가리고 다 마셔요. 그런데 섞어 마시는 건 안 좋아해요. (사케잔을 들며) 사케 마시면 금방 취하던데. 큰일났네요."
-특별한 주사가 있나요.
"전혀 없어요. 취하면 더 웃겨요. 더 재밌고요. 특히 음악들으면서 마시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바도 만들었어요. 맨날 술집 가봐야 비싸기만하잖아요. 시선을 받으니까 편하게 마실 수도 없고요. 바를 만든 이유가 조용히 음악 들으면서 내가 쉴 때 왔다갔다 하려는 이유도 있어요(웃음). 술을 많이 좋아하는 건 아닌데 분위기를 마시죠."
-복귀한지 얼마안됐는데 어떤가요.
"두 달 반 쯤 됐는데 진짜 시간이 금방 가는 것 같아요. 아직은 전초전이라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예선전이고 7~9월이 본게임이자 결승이죠. 그때 MC도 하려고요. 이야기가 잘 되고 있는 프로그램도 몇 있어요."
-본게임땐 어떤 예능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요.
"많은 프로그램 제의가 들어는데, 포맷이 다 다르더라고요. 솔직히 제가 간은 맞추겠지만, 프로그램이 다 잘 될 수는 없잖아요. 준비하는 것 중 한 개만 잘되도 성공이죠.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해요. 토크쇼 같은 것도 준비하고 있어요. 운이 따라야 성공도 하는데, 일단 제가 열심히 해야죠."
-요즘 근황은요.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음악의 신' 촬영도 하면서 지내고 있죠. '음악의 신'이 정말 시도때도없이 촬영해요. 정기적으로는 월요일인데 이젠 요일 상관없이 부르더라고요. 아주 빡센(?) 프로그램이에요."
-복귀 연예인 중 가장 성공적인 복귀 행보를 걷고 있는 것 같아요.
"에이. 무슨 완벽한 복귀예요. 제 생각엔 이제 다시 시작하니까 혹평을 안하는 것 같아요. 나중엔 제 허점이 들통 날 거예요. 감출때까지 감춰야죠."
-복귀한 분들 중에선 예전 이미지를 바로 찾았어요.
"이수근도 고생하다가 이제 '신서유기'에서 자기 스타일로 돌아왔죠. 프로그램을 많이 해야돼요. 그래야 자기한테 맞는 걸 찾을 수 있어요. 근데 저는 처음부터 내려놨어요. 겪을거 다 겪고 잃을 것도 없는데 감출 게 뭐 있어요. 편하게 했죠."
-언제부턴가 수식어가 '악마의 재능'이에요.
"저도 최근에 처음 들었어요. 제가 얘기한 적도 없는데 언제부터 그렇게 쓰더라고요. '못 됐는데 웃긴 놈'이다 그런 뜻이겠죠? 인간미를 풍기려고 노력하는 것도 아닌데 내려놓고 하고 싶은대로 하니까 자연스러운 웃음이 나오는 것 같아요."
-예전과 같은 '악마의 재능'을 다 보여주면 욕 먹겠다는 걱정은 안 했나요.
"당연히 했죠. 옛날처럼 막무가내로 해도 되나. 그런데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괜찮을 것 같더라고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그런 거 하나하나 따지면 정말 '머리아포~'."
-올해 데뷔 21년차이자, 40대의 끝자락인데 마음가짐에 변화가 있나요.
"별일 다 겪다 보니까 오히려 여유로움이 생겼어요. 어떤 일이 잘되고 안 되고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일상생활에서 여유를 찾았어요. 젊을 땐 진짜 급했어요. 급하게 살아서 착오도 많았고, 그러다보니 생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났죠. 부질없는 짓인지 아닌 지 구분하는 능력이 조금 생겼어요. 순간 감정에 좌지우지하지 않을 나이잖아요. 모든 경험을 한 발 뒤에서 전체를 보는 여유로움이 생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