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M 장르는 아직까지 가깝지만 멀다. 지난해 6월 메르스 공포 속에서도 무려 11만명이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 운집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 EDM 축제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최근 몇 년 새 이 장르의 페스티벌은 우후죽순 생겨났다. 규모도 크고 참여하는 아티스트 역시 세계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EDM장르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를 묻는다면, 한 사람 쉽게 떠오르지가 않는다. 시장은 있는데, 아직 이끌고가는 아티스트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수만 SM 회장은 SM의 향후 성장 동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EDM 레이블 론칭을 공식화했다. 이 장르의 시장성을 미리 짚은 결과다.
그보다 2014년 7월엔 EDM 레이블 뉴타입이엔티 (대표이사 박세진)가 론칭했다. 힙합이 그랬듯, 한국 시장에서 EDM 음악의 붐을 일으켜보겠다는 계획이었다.
프로듀서 돈 스파이크가 수석 프로듀서로 영입됐고, 프로듀서 겸 DJ로도 활동 중인 탁 등도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최근 주목을 받은건 노데이였다.
노데이는 비스트, 샤이니, 갓세븐 등의 곡을 작업한 작곡가로 이번엔 래퍼 겸 싱어 산체스의 지원사격 속에 데뷔 싱글 '웨이트 업'(Wait Up)을 발표했다. 노데이와 뉴타입이엔티가 함께 그려나갈 한국 EDM 이야길 들어봤다.
-이름이 왜 노데이인가요. "본명이 노태륭이에요. 클태에 융성할 융을 써서요. 근데 제가 미국에서 나고 자라다보니, 미국친구들이 발음을 어려워하더라고요. 쉽게 노데이 노데이 하다보니 그게 이름이 된거죠."
-미국 출신이군요. "출생은 미국이에요. 아버지가 태권도 개척 1기거든요. 어머니도 미국에 계시다, 아버지를 만나 결혼하셨어요."
-근데 한국말을 자연스럽게 잘하네요. "중간에 외할머니랑 산 영향이 컸어요. 그리고 한국에 들어와 살기도 했고요. 중학교때 다시 미국에 가면서 대학을 갈까 생각하다가, 음악을 하려고 한국에 들어왔어요."
-한국에 오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했나요. "제가 미국에 있을땐 부모님이 한국에 있었고 제가 한국에 있을땐 부모님이 미국에 있었어요. 안정감이 그리웠어요. 처음에 한국에 가서 음악을 할거라고 하니 혼도 많이 났죠."
-그럼 10년 넘게 한국에 있었군요. "한국에서 혼자 살면서 여러가지 일을 했어요. 물론 음악도 했지만 알바도 해야했죠. 프로에 뛰어들기 전까지 음악 만들고 데모 만들고 친구들이랑 고생도 많이 했어요. 젊었을때 충분히 할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많이 힘들었을텐데요. "금전적으로는 많이 힘들었죠. 영어강사를 해도 되는데, 제가 대학교를 안나와서 학원에서는 안받아주더라고요. 다른 교포 친구들은 쉽게 돈을 버는데 전 그게 안되니까 다른 알바를 많이 했어요. 한복도 팔아보고 호프집 알바도 하고 번역 알바도 해봤어요. 음악을 하고 싶으니까 장기적으로 일을 한적은 없었고 그때 그때 필요한 금액들을 보충해서 악기도 사는 정도였죠. 20대 후반까지는 그렇게 살았어요."
-언제 처음 음악으로 돈을 벌자는 생각을 했나요. "고등학교 때였어요. 하우스파티를 가게 됐는데, 엘피로 음악을 틀고 있는 디제이를 보게 된거죠. 그 박스 앞에서 한시간 반동안 보고 있었던 거예요. 이디엠 장르였는데 처음 듣는 음악이었어요. 거기에 반해서 노래를 더 많이 깊게 듣게 됐어요. 전 본질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궁금하더라고요. 프로듀서에 대해 알게됐고, 프로듀서 베이스의 아티스트를 찾다가 몰입이 됐어요. 꼭 가수나 래퍼가 아니더라도, 음악을 만드는 프로듀서들도 멋있게 살고 있더라고요. 저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한국 음악계 지인이라도 있었나요. "아예 없었어요. 내성적인데다가 너무 혼자만 하다보니, 어떻게 일을 시작해야 될지 감도 없었어요. 내일은 먹고 살 걱정도 해야했고요. 집에는 컴퓨터 한대있었는데 친구들이 놀렸죠. 386인지 486인지도 모를 컴퓨터로 무슨 작업을 하냐고요. 그러다 미국에 있던 작곡가 선배 형이 한국 분인데 제 데모를 가지고 한국의 프로듀서에게 보낸거예요. 그쪽에서 절 궁금해했고,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게 됐어요. 소녀시대 곡으로 데뷔를 했어요. '디어 맘'이란 곡이었죠. 그 다음부터는 소녀시대 샤이니 동방신기 등의 수록곡을 작업했어요. 아예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미국에 돌아가야하나라는 고민도 사실 있었어요. 근데 있어야 될거 같은 기대감이 있었죠."
-데뷔곡 'Wait up'은 산체스가 피쳐링을 맡았네요. "제가 음악을 시작한 계기가 마이클 잭슨에게 영감을 받아서였어요. 그런 보이스 색깔이 누가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찾은게 산체스였어요. 노래를 들어봤는데, 힘도 있고 보이스 칼라 자체가 좋더라고요. 처음에는 어떤 느낌을 낼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느낌을 내줘서 작업물이 잘나왔어요."
-앞으로 들려줄 음악들은 어떤 음악인가요. "물론 이디엠이 베이스가 될 거예요. 이디엠하면 클럽에서 들을수 있는 신나고 엄청난 에너지의 음악들을 생각하는데, 세부적으로는 얼반 스타일의 차분한 곡들이 많아요. 누가 들어도 이게 이디엠일까 하는 곡들이요. 제 성격상 감수성이나 감정적으로 건드릴수 있는 트렌디한 음악들이 많이 나올거 같아요."
-한국에서 이 장르의 전망은 어떤가요. "전세계적으로 보면 가장 핫한 음악이죠. 한국에서는 이제 시작이라고 보고요. 조금씩 반응들은 올라오고 있어요. 리스너들이 존재한다는 거죠. 한국에서 힙합이 마스터플랜에서 시작해서 쭉 왔듯이 여러 회사에서 시도하면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지 않을까싶어요. 아트스트들이 확실히 더 많이 나와야 할거 같아요."
-앞으로 같이 음악을 하고 싶은 싱어들도 있을 텐데요. "정말 많죠. 젊은 가수들보다는 노래를 많이 해본 분을 선호해요. 예를 들면 김범수 선배님 정말 같이 해보고 싶어요. '보고싶다'를 듣고 이런 말도 안되는 노래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조용필 선배님은 정말 꿈같은 얘기지만 해보고 싶죠. 꿈이니까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