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철벽 불펜진을 앞세워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불펜진의 호투 뒤에는 포수 차일목이 있다.
한화는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을 8-7로 이겼다. 8-5로 앞선 7회 송창식이 김정혁에게 추격의 솔로 홈런을 얻어맞았다. 이지영에게 볼넷을 허용하자 한화는 심수창을 투입했다. 7~8회를 잘 막은 심수창은 9회 위기를 맞았다. 안타와 몸에 맞는 공으로 무사 1·2루를 허용했고, 김재현의 투수 앞 희생번트를 더듬어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심수창은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앉아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심수창의 곁으로 포수 차일목이 다가왔다. 차일목은 "괜찮다. 지킬 수 있다. 집중하자"고 외쳤다. 차일목의 말에 근처에 모인 야수진까지 "집중하자"고 소리쳤다. 심수창은 평정심을 되찾았다. 배영섭을 유격수 앞 병살타로 처리했다. 1점을 내줬지만, 아웃카운트 2개를 순식간에 올렸다. 배영섭을 병살 처리한 공은 사이드로 던진 포크볼이었다. 2사 3루 위기에서 박해민에게 공격적인 승부를 했다. 결과는 헛스윙 삼진. 심수창과 차일목은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심수창은 경기를 마친 뒤 "공을 잡지 못하고 '큰일났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주위에서 '집중하자. 이길 수 있다'고 격려하더라. 다시 집중하고 공을 던졌다. 차일목의 리드를 따라서 던졌을 뿐이다. 차일목의 리드가 정말 좋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중간에서 2이닝 1실점으로 호투를 펼치고 승리 투수가 된 송창식은 "차일목 선배가 내 흐름에 맞춰서 리드를 잘 해줬다.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화는 이날 승리를 따내며 3연속 위닝시리즈에 성공했다. 최근 9경기 성적은 8승1패에 달한다. 불펜진의 활약이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한화 마운드는 9경기에서 팀 평균자책점 1위(4.07)을 달리고 있다. 선발(5.28)에 비해 구원진(2.72)의 활약이 도드라진다. 8승 가운데 6승이 구원승이다. 블론세이브는 하나도 없다. 권혁과 송창식·정우람·박정진 필승조에 심수창의 활약까지 더해졌다.
투수들은 호투의 원동력으로 '포수 차일목'을 꼽는다. 그는 상대 타이밍을 뺏는 볼배합으로 마운드를 이끌고 있다. 스트라이크존에 걸쳐 들어가는 낮은 공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프레이밍 기술은 투수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도루저지도 훌륭하다. 차일목은 39차례 상대 도루 시도 중 16차례를 막아내 도루저지율 0.340을 기록했다. 지난 3일 연장 12회 상대 대주자의 도루를 아웃시켜 승리에 숨은 공신이 됐다.
차일목은 겸손했다. 그는 4일 경기를 승리한 뒤 "투수들의 최근 컨디션이 좋다. 공이 워낙 좋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특별히 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상승세를 유지하려면 안정적으로 리드를 해야 한다. 상대 분석을 더욱 철저히 해서 대비하겠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