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4시(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리는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가 그 무대다. 개최국 프랑스와 루마니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한 달간 펼쳐진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 유로는 '알짜 대회' 혹은 '미니 월드컵'으로 통한다.
남미의 강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제외하면 세계 정상급 유럽 팀들이 모두 참가하기 때문이다. 강팀과 전력 차가 제법 나는 약팀이 종종 경기를 벌이는 월드컵과 달리 유로는 흥미진진한 빅매치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이번 대회는 독일·프랑스·스페인이 우승컵을 건 '축구 삼국지'를 펼칠 전망이다.
◇'월드컵 우승' 독일 "유럽도 품는다"
이번 대회 우승 후보 1순위는 독일(FIFA랭킹 4위)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24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오른 독일은 황금기를 활짝 열었다. 하지만 요아힘 뢰브(56) 독일 감독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브라질월드컵 직후 '캡틴' 필립 람(33·바이에른 뮌헨)과 '헤딩기계' 미로슬라프 클로제(38·라치오)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고 '중원사령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32·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부상으로 하락세를 보이자 중대 결단을 내렸다. 바로 토마스 뮐러(27·뮌헨)와 토니 크로스(26·레알 마드리드), 메수트 외칠(28·아스널) 등 20대 중심으로 팀을 재편성하는 세대 교체를 단행했다.
뢰브 감독의 독일은 이미 한 차례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2004년 당시 위르겐 클린스만(52) 감독의 제의로 독일 대표팀 코치를 맡은 뢰브는 '녹슨 전차군단'이라는 비아냥을 듣던 독일을 신형 전차로 개조했다.
뢰브가 손을 댄 독일은 2006 독일월드컵(3위)을 시작으로 유로 2008(준우승), 2010 남아공월드컵(3위), 유로 2012(준우승), 2014 브라질월드컵(우승)에서 5연속 메이저 대회 4강에 올렸다. 그는 2006년 8월부터는 감독으로 부임했다.
최근 월드컵을 들어 올린 독일은 이제 20년 만의 유로 우승으로 명실상부 세계 최강자 등극을 노린다.
◇프랑스·스페인 "우리도 우승후보"
'아트사커' 프랑스(17위)는 독일의 최대 라이벌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 1984년 이후 32년 만에 대권에 도전하는 프랑스는 신·구 조화를 이뤘다. 공격을 이끄는 건 '20대 듀오' 폴 포그바(23·유벤투스)와 앙투완 그리즈만(25·유벤투스)이다.
20대 초중반인 이들은 섬세하면서도 과감한 공격을 펼치며 프랑스 대표팀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포그바와 그리즈만은 어린 나이에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과 같은 큰 무대에서 주축 선수로 활약해 경험도 풍부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수비에선 연륜이 느껴진다. 로랑 코시엘니(31·아스널)와 파트리스 에브라(35·유벤투스) 등 30대가 축을 이룬 수비는 묵직하다. 축구 팬들은 이번 대회에 나서는 프랑스를 두고 20여 년 전 지네딘 지단(44)이 이끌던 '아트사커'의 재림이라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안방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도박사들도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개최국 프랑스를 꼽았다. 7일 비윈(bwin), 유니베트(Unibet) 등 유럽의 유명 베팅업체들이 공개한 유로 2016 우승팀 배당률에 따르면 프랑스는 참가국 중 가장 낮은 평균 3.94를 기록했다.
독일에 비해 FIFA 랭킹이 낮지만 홈에서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유리하다는 뜻이다. 프랑스에 이어 독일(4.94)이 뒤를 이었다.
스페인도 이번 대회 '빅3'로 불린다.
2008년과 2012년 대회를 연거푸 제패한 스페인은 유럽 축구사에 남을 3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패스마스터'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2·바르셀로나)가 건재한 스페인은 '티키타카(패스를 앞세운 점유율 축구)' 최종 버전을 완성했다. 여기에 지난 1일 한국전(6-1승)에서 2골을 넣은 알바로 모라타(24·유벤투스)라는 젊은 스트라이커도 발굴해 전 대회보다 공격진의 결정력이 강해졌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