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시즌 루키 선수들이 기록한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133.7에 달했다. 아마추어 드래프트가 시작된 196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양대리그 신인왕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와 카를로스 코레아(휴스턴 애스트로스)를 비롯한 타자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신인 타자 WAR은 84.6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았던1987년(49.4)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그런데 이 루키 타자들을 개막전부터 보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해 신인왕 투표를 1표라도 받은 13명의 선수 중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는 로베르토 오수나(토론토 블루제이스), 딜라이노 드쉴즈(텍사스 레인저스), 맷 더피(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작 피더슨(LA 다저스) 5명에 불과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메이저리그의 '서비스타임' 때문이다.
서비스타임이란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등록 일수다. 정규시즌이 기준이며 1년에 172일이다. 통상 메이저리그 한 시즌은 180~183일 가량이다. 한 시즌을 다 치르더라도 서비스타임 한도는 172일이다. 7일·15일·60일 부상자 명단 등재 기간도 서비스타임에 포함된다.
메이저리거의 연차와 연봉은 서비스타임으로 결정된다. 1~3년차 선수는 이 기간 동안 구단에서 정한 연봉을 그대로 받는다.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때문에 대다수 구단은 1~3년차 선수들에게는 최저연봉(약 50만달러)를 지급한다. 선수들은 4년차에 들어서야만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어 활약에 걸맞는 연봉을 받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선수가 성적에 걸맞는 연봉을 좀 더 빨리 받을 수 있도록 ‘슈퍼 2’라는 조항을 도입하고 있다. 서비스타임이 3년이 되지 않은 선수들 가운데 상위 22%에게 연봉조정신청자격을 주는 것이다. ‘슈퍼 2’ 조항이 적용되는 선수는 2시즌만 최저연봉을 받고 FA가 되기 전까지인 4시즌 동안에는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유지하면서 연봉을 받는다.
처음부터 선수의 권익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다소 다르다. 구단이 이 제도를 악용해 선수가 FA가 되기 전까지 좀 더 싸게 오래 보유하려고 하고 있다. 유망주 선수를 시즌 중반에야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올리는 방식이다.
매 시즌 슈퍼2 조항 대상자가 분류되는 커트라인은 2년 128일에서 2년 140일사이다. 구단은 보유한 유망주 선수가 이 커트라인에 걸치지 않게끔 치밀한 계산을 해 메이저리그 승격 시점을 잡는다. 그 시점이 지금 이 맘때인 6월 초중순이다.
물론 2012년 마이크 트라웃과 브라이스 하퍼, 지난해 브라이언트처럼 리그를 뒤흔들 수 있는 선수라면 구단도 슈퍼2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이런 선수라면 마이너리그에 열흘 가량 내린 뒤 콜업시켜 FA 취득연수를 늦춘다. 그렇지 않은 선수라면 6월 이전엔 좀체 메이저리그로 올리지 않는다. 선수의 3년 차 연봉을 아끼기 위해서다. 2010시즌 버스터 포지(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013시즌 윌 마이어스(탬파베이 레이스)는 구단의 '꼼수'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신인왕을 탔다.
지난해 활약한 프란시스코 린도어(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바이런 벅스턴, 미겔 사노(이상 미네소타 트윈스) 등도 2017시즌이 끝난 후 슈퍼2 대상자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 내셔널스 내야수 트레아 터너는 2014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3순위로 지명됐다. 1년 만에 싱글A에서 트리플A까지 마이너리그 전 과정을 통과했고, 지난해 막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기도 했다. 마침, 주전 유격수였던 이안 데스몬드도 FA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다.
그러나 워싱턴은 터너를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FA 2루수 다니엘 머피를 영입했고, 유격수 자리에는 만년 기대주인 대니 에스피노자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줬다. 에스피노자는 1할대 타율에 머무르며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다. 터너는 2개월여를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뒤 지난 주말에서야 올시즌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가졌다. 터너는 2루타를 포함해 3타수 3안타 1볼넷으로 전타석 출루에 성공하며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마이너리그가 아님을 코칭스태프에 각인시켰다.
올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노사 단체 협약(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 CBA)을 갱신할 예정이다. 이번 노사 단체 협약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점이 제기되어온 서비스타임과 슈퍼2 조항과 관련된 내용을 개정하자는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야구선수의 꿈은 메이저리그 데뷔다. 팬은 최고 선수들의 플레이에 열광한다. 슈퍼2 조항의 악용은 선수와 팬에게 손실을 강요하고 있다.
반승주(비즈볼프로젝트) 지속적인 스포츠 콘텐트 생산을 목표로 하는 젊은 스포츠 연구자들의 모임. 일간스포츠와는 2014년부터 협력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