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방송된 박해진·김고은 주연의 '치즈인더트랩'은 최고시청률 6%까지 치솟았지만 갈수록 엉성한 연출과 배우와 제작진의 불협화음이 드라마 전체에 흠집을 냈다. 신하균을 주연으로 내세운 '피리부는 사나이'는 시청률도 낮았지만 극 후반 표절 시비에 시달렸다.
'또 오해영'은 아직까지 순조롭다. (닐슨코리아 유료가구기준)첫회 2.059%를 시작으로 최근 11회 9.022%·12회 9.353%까지 단 한 번도 시청률이 떨어진 적 없이 상승 그래프를 그렸다. 지상파 및 케이블을 포함해 10회 이상 시청률 상승 드라마는 올해 처음이다. '태양의 후예'도 5회에서 6회로 넘어갈 때 소폭 하락했다. 이 같은 이유로 '또 오해영'은 대단한 의미를 가진다.
그럼에도 불안한 요소는 있다. 당초 16회로 예정됐지만 2회를 늘렸다. 담아낼 게 많다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벌써부터 전개가 늘어진다고 느낀다. 또한 주 타깃인 2039 여성들 외에는 '또 오해영'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드라마의 주된 내용은 오해에서 생긴 사랑 이야기다. 한국 드라마에서 7할 이상을 차지하는 젊은 남녀의 사랑 얘기지만 '또 오해영'은 다르다. 뻔한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해영'이라는 동명이인의 두 여자와 그들 사이에서 미래를 보기 시작한 남자가 미필적 고의로 서로의 인생에 얽혀 있다. '예쁜' 오해영 때문에 학창시절 내내 조용히 지내던 '평범' 오해영은 지긋지긋하게 싫었던 시기를 보내고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다가 또 다시 자신 앞에 나타난 '예쁜' 오해영으로 인해 힘들어한다. 학창시절 한 학급에서 이름이 같은 친구 때문에 'A' 'B'로 나눠 부르거나 불린 적이 있다. 그 설정에서 시작된다.
또한 연인의 사랑과 오해, 갈등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그린다.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남자에게 "언젠가 나 때문에 울거야. 울길바라"고 소리친 후 '나는 쪽팔리지 않습니다. 더 많이 사랑하는 건 자랑스러운 겁니다. 내가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말한다. 멋지게 외쳐놓고 집으로 돌아와 부끄러움에 이불을 뻥뻥 차지만 사랑을 시작하는 단계의 사람이라면 깊이 공감할 행동이다. '예쁨'을 내려놓은 여주인공 서현진의 연기도 한 몫 한다. 과거 걸그룹 밀크 출신이지만 태생이 배우였다고 해도 믿을 만큼 오해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실제론 예쁘게 생겼지만 극중 예쁘지 않은 여자를 자연스럽지 않게 연기하고 있다.
◆ Weakness(약점)
주 타깃 여성층만 선호
애초부터 가족극이 아닌 이상 남녀 타깃이 다르지만 '또 오해영'은 그 격차가 크다. 최근은 12회를 기준으로 40대 여성 평균 시청률은 15.2%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20대 남성 평균시청률은 1.3%에 불과하다. 무려 12배 차이다. 여성 중에서도 극명하게 갈린다. 10대는 평균 시청률 4.6%로 40대와 비교하면 1/3 수준이다. 이 같이 편차가 큰 이유는 성별에 따른 공감대 차이에 있다. 문화평론가 이호규 교수는 "아무래도 결혼 적령기 여성들이 주인공이다보니 공감하는 타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에 댓글을 쓰는 성비만 봐도 여성과 남성이 7대 3 비율이다.
두 여성의 이야기이고 여성 중심으로 극이 전개돼 벌어진 현상이다. 복선도 많다. 4회에서 검은 옷을 입은 서현진은 "막 안아주고 싶게 불쌍하고 측은해요"라며 흰 의상의 에릭을 꼭 껴안는다. 10회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에릭이 서현진을 안아주는데 이때는 에릭이 검은 옷, 서현진이 흰 옷이다. 박해영 작가 특유의 필력이지만 꼬아놓은 복선이 많아 자칫 한 회라도 놓칠 경우 앞뒤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딴따라' '미녀 공심이' 등 여느 로맨틱 코미디와는 또 다르다.
◆ Opportunity(기회)
침체된 tvN 월화극 살린 구원투수
제작진에서 1순위로 꼽았던 여배우는 서현진이 아니었다. 김아중과 최강희 등을 염두에 뒀지만 여느 드라마가 그랬듯 돌고 돌아 서현진 품에 안겼다. 비록 1순위는 아니었지만 대체불가의 연기를 펼폈고 '오해영=서현진'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그 덕분에 유독 침체기가 길었던 tvN 월화극의 저주를 풀었다. tvN 월화극은 금토극에 비해 화제성이나 시청률 모두 떨어진다. '마이 시크릿 호텔' '일리있는 사랑' '신분을 숨겨라' '풍선껌' '피리부는 사나이' 등 생소한 이름이 여럿 보인다. '미생' '응답하라' 시리즈 '시그널' 등 금토극 라인에 비해 눈에 띄는 작품이 없었다.
'또 오해영'은 화려한 주연 라인업 없이 그 저주를 없앴다. 지난 12회는 평균시청률 9.353%까지 올랐다. 역대 월화극 최고 시청률이다. 아직 6회나 남아서 10% 벽을 허무는 건 시간문제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벽이 허물어져 단순 시청률 비교가 의미없다고 하지만 월화극만 놓고 보았을 때 지난 화요일 MBC '몬스터'(10.7%) SBS '대박'(9.9%) KBS 2TV '백희가 돌아왔다'(9.0%) 순서였다. '또 오해영'은 지상파와 비교해도 동시간대 꼴찌가 아니다.
◆ Threat(위협)
늘어진 테이프가 된 2회 연장
진작부터 2회 연장을 확정했다. 시청률이 좋은 드라마라면 한 번 쯤은 나오는 반응 중 하나가 '연장하냐'는 것이다. 결국 '또 오해영'도 시청률과 광고 수익 등 다방면으로 계산기를 두드려 2회 연장을 결정했다. 제작진은 조심스럽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전개가 진부해질까 걱정하는 시청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결말에 해당하는 분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편집될 수 밖에 없었던 대본에 담긴 풍성한 이야기들을 기존 속도감과 극의 흐름에 맞게 더하는 형식으로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고 밝혔다. 배우들이 보여주고 싶은 감정 연기와 전부 담지 못한 이야기가 넘쳤고 이를 더욱 친절히 설명하기 위해 연장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장 11·12회만 봐도 제작진의 의도와는 달리 대중은 늘어지는 스토리를 감지하고 있다. 시청자 이원호 씨는 공식 홈페이지에 '11·12회는 너무 쓸데없는 내용으로만 가득차있네요. 연장때문인지 몰라도 11회부터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12회는 더 심하네요. 연장도 이렇게 하면 안 하느니먄 못 한 듯'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촬영도 생방송 체제다. 한 눈 팔기 힘들 정도로 촌각을 다투며 촬영 중이다. 2회 연장은 독일지 득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