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려대학교 학생들 9명이 모여 만든 ‘단톡방’에서 차마 글로 옮겨 적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저속한 대화들이 대자보를 통해 공개돼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어난 바 있다. 대화의 내용도 문제였을 뿐 아니라 이들의 의식 기저에 깔려 있는 ‘인성’의 부분까지 함께 지적받으면서 논란의 범위가 확대되고 커진 사례였다.
바람 잘 날 없는 연예계가 어제오늘 겪은 소동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어제인 16일 새벽 가수 윤하는 일부 팬들의 악플을 견디다 못해 자신의 트위터에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고 끝낸다. 내가 아꼈던 너희들, 돌아서는 건 어쩔 수 없는데 내가 쏟은 정성을 그렇게 우습게보지 마라. 내 인성이? 정신상태가? 만나봤으면 한마디로 못했을 너희들. 그냥 ‘구’윤하 카테고리도 지워. 아예 사라져 그냥”이라는 글을 올리며 “트위터 계폭합니다! 안녕!”이라며 글과 함께 트위터 활동을 중단했다.
이에 윤하의 소속사 측은 “SNS 계정에 악플러의 공격때문에 윤하가 상처를 많이 받았다. 계정 폭파라는 결단을 내린 것 같다”며 “소속사 차원에서 모니터링 후 대응 수위를 정하겠다”라고 밝혔다.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양정원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양정원은 16일 SBS 파워FM ‘배성재의 텐’ 인터넷 생방송에서 DJ 배성재와 대화 도중 “전효성 씨 수술 했나봐요. 이제 안 보여요. 잇몸 여기 뭐 수술했나봐요. 얼마 전에 SNS 봤는데 다 내렸어요. 위를 찢어서 (치아를)올리는 게(잇몸 수술이) 있대요. 안에 찢을 수도…”라고 말했다.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나눴던 양정원의 대화 내용은 인터넷을 고스란히 타고 일파만파로 번졌다. 문제가 커지자 양정원 측은 “비난의 의도가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고 전효성 측은 “단순한 해프닝일 뿐”이라며 쿨한 태도를 보였다.
오늘 오후 일어난 축구선수 윤빛가람의 욕설 메시지 공개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윤빛가람은 1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글은 최근 ‘우리집 꿀단지’라는 드라마에 나온 연기자 김민수라는 사람의 글입니다.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글과 함께 윤빛가람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사진을 게재했다.
이 글이 논란이 되자 윤빛가람은 “어느 선수든 누구하나 자기 팀 자기 팬들 욕하는데 기분 좋은 사람 없습니다”라며 “다른 의도 없습니다 제 팬들 욕하는 게 싫었을 뿐. 저라고 기분 좋을리가 있나요. 잘못 된건 바로 잡아야 된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라고 밝히며 해당 글을 삭제했다.
김민수의 인스타그램은 계정이 탈퇴된 상태이며, 소속사는 “현재 상황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김민수만을 비난하기에는 성급한 것이, 대화내용이 다 드러난 건 아니므로 이들이 나눈 대화의 전체 맥락이 드러나야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사례는 모두 공연성, 전파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명예훼손 또는 모욕의 문제를 담론으로 하고 있다. 지난 15일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노영희 변호사는 “명예훼손 등을 평가하는 기준은 공연성, 즉 전파 가능성의 문제”라며 법적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1:1에서 제 3자를 겨냥한 대화도 마찬가지다. 손수호 변호사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얘기를 했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1:1로 메시지를 주고받는다고 해서 전파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며 공연성 조건을 설명하기도 했다.
윤하의 경우는 악플이라는 공연성에 자신이 희생된 피해자의 처지에 서 있다. 양정원의 경우는 비록 마이크의 온-오프 상태를 몰랐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청취자들에게 전파돼 공연성에 저촉되고 있다. 윤빛가람과 김민수는 1:1로 대화를 주고받아 그 자체로 공연성이 성립된 건 아니지만 이후 대화내용을 캡처해 공공연하게 올린 것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연예인이나 축구선수는 포괄적 의미에서 공인(公人: 국가,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에 속한다. 이들의 말이나 행동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윤하의 경우처럼 팬들에게서 직접적인 비난을 듣는 피해자인 동시에, 의도하지 않았어도 말 한 마디로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 있는 가해자의 처지가 될 수도 있다. 고려대 성추문 사건에서 보듯이 바야흐로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에도 부주의하지 않아야 할 도덕성과 인성을 요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하물며 연예인들은 어떠하겠는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연예계의 사건사고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피로도는 무척이나 높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