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골퍼' 안시현(32·골든블루)이 기아자동차 제30회 한국 여자오픈에서 화려하게 비상했다.
19일 인천 서구의 베어즈베스트청라골프클럽 유럽·오스트랄아시아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단독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12위에서 경기를 시작한 안시현은 이날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최종합계 이븐파로 작년 챔피언 박성현(23·넵스·합계 1오버파)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2억5000만원.
안시현은 이로써 2004년 XCANVAS 여자오픈 이후 무려 12년 만에 우승을 일궈 내며 국내 무대 2승을 기록했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거둔 1승까지 포함하면 생애 통산 3승째다. 안시현은 2003년 제주에서 처음 열린 LPGA투어 CJ나인브릿지 클래식 우승으로 '신데렐라'의 꿈을 이룬 선수다. 이 대회 우승으로 LPGA투어에 직행할 수 있는 투어 카드를 획득해 미국 진출의 대박을 터트렸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원조 신데렐라'는 별칭이 붙었다. 신인이던 그는 당시 '골프여왕' 박세리와 박지은 등 쟁쟁한 톱랭커들을 제치고 우승한 대이변의 주인공이었다. 이어 미국 진출 첫해인 2004년 LPGA 투어 신인왕까지 차지하는 등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2011년 결혼과 출산 그리고 이혼이 이어지며 팬들에게 잊혀 갔다.
이후 미국 무대를 접고 2013년 국내 무대 시드전을 통해 2014년 다시 국내 투어로 복귀했다. 하지만 그는 첫해와 지난해 이렇다 할 성적 없이 겨우 시드권만 유지했다. 올해 들어서도 9개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톱10에 들지 못해 상금 랭킹 60위(3239만원)에 머물면서 "'선수 생활을 계속해야 할 것인가'라는 의구심에 빠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한국 여자오픈에서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30대 노장 골퍼의 진가를 발휘했다.
안시현은 이날 15번홀(파4) 보기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다가 공동 선두를 내줬지만 16번홀(파4)에서 15m 거리의 롱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역전 우승이라는 대반전 드라마를 썼다. 그는 네 살 된 딸 그레이스로부터 "엄마가 잘한 거야?"라는 질문을 받고 크게 웃으며 깊은 포옹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