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한국 시간). 추신수가 복귀하면서, 메이저리그 로스터(25인)에 포함된 한국 출신 선수는 추신수, 강정호, 이대호, 박병호, 김현수, 오승환까지 모두 6명이 됐다.
연내 복귀를 목표로 하는 류현진이 합류한다면 숫자는 7명으로 불어난다. 매일 쏟아지는 한국인들의 활약상을 전하느라 스포츠 신문의 지면이 모자랄 지경이다.
한국 출신 선수의 활약을 부각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있다. ‘몸값 대비 성적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강정호의 소속 구단 피츠버그가 그를 데려오기 위해 치른 비용은 단독 협상권 입찰 비용 포함, 5년간 최대 2,125만2015달러다.
지난해 강정호가 수령한 연봉은 250만 달러.미국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FanGraphs)에 따르면, 지난해 강정호는 3,000만 달러 어치 활약을 해냈다. 피츠버그는 1년 만에 본전 이상을 뽑아낸 셈이다.
그런데, '성적에 맞는 몸값 계산은 어떻게 산출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다소 골치아픈 산수가 들어가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어렵지 않다. 과거 FA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성적을 낸 선수를 얼마에 영입할 수 있었는지, 사례를 모두 더해 평균치를 낸 것이다.
지난 1년 간 FA 시장에서 계약한 선수들이 낸 성적의 합이 100이고, 이 선수들이 받은 몸값의 합이 100억 달러라고 해보자. 그러면 1이란 성적을 낸 선수는 1억 달러만큼의 활약을 했다고 볼 수 있다.이런 식으로 강정호의 활약이 3,000만 달러 어치라는 계산이 나오게 된다.
원리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계산에 쓸 변수와 기준은 다양하게 볼 수 았다, 기간을 최근 1년으로 할 수도 있고, 3년으로 할 수도 있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성적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도 계산에 반영할 수 있다. 은행 금리가 변수가 되기도 한다.
계산에 넣는 선수의 ‘성적’은 어떻게 구할까. 보통은 팀의 승리 수와 비슷하게 스케일을 맞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이라는 기록을 사용한다. WAR은 쉽게 말해 ‘대체자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수준의 선수와 비교해서, 이 선수가 몇 승만큼의 값어치를 해냈다’는 것을 말한다.
선수 성적은 포지션 별, 리그 별, 연도 별로 평균이 바뀌기 때문에 WAR 계산에는 매년 다양한 보정이 이뤄진다. 대신 한번 구한 값은 투수, 타자, 포지션, 나이 등 변수를 고려한다. 또한 누적 기록이기 때문에 시즌이 지나면서 값이 증감할 수 있다.
보통 한 시즌 WAR이 2~3이면 준수한 주전, 3~4면 좋은 선수, 4~5면 올스타급 선수, 5 이상은 슈퍼스타로 분류된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MVP인 3루수 조시 도날드슨은 WAR 8.7을 기록했고, LA 다저스의 슈퍼스타 투수 클레이튼 커쇼는 8.6을 기록했다. 강정호는 진출 첫 해인 작년 3.9를 기록했다. 추신수의 전성기는 6.0을 기록했던 2010년이다.
WAR 값은 선수의 성적을 토대로 직접 구할 수도 있지만, 복잡하다. 이름은 같지만, 다른 주체가 다른 기준을 사용해서 집계한다. 메이저리그에선 팬그래프닷컴, 베이스볼 레퍼런스닷컴 등 통계 사이트에서 이 기록을 제공한다. 계산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통 성적과 연봉울 바교할 때는 팬그래프 사이트 기록이 주로 이용된다.
최근 FA 시장에서 1 WAR만큼의 성적을 ‘영입’하기 위해선 대략 700만~800만 달러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계산에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면 이 값은 600만 달러 수준으로 낮아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 계산이 ‘과거의 성적’과 ‘과거의 지출’에 기반했다는 것이다. 즉 이 값은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서 언제든지 요동칠 수 있는 ‘시세’의 성격을 지닌다. 어느 선이 합리적인지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시장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같은 성적을 내도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그리고 이 계산은 과거 기록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몸값이 곧 미래의 성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액 FA 계약은 대부분 선수 시절의 전성기를 지나고 있거나 지난 뒤에 맺어지기 때문에, 처음 기대한만큼 시세를 만족시키긴 쉽지 않다. 이를 알고도 구단들이 A급 FA 선수들을 비싼 값에 데려오는 것은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선수들에게 ‘프리미엄’이 붙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이 계산을 FA 몸값의 비판 근거로 삼는 것은 온당치 않다. 가끔 팬들이 연봉 조정 신청도 불가능한 1~2년 차 선수의 활약을 들어 FA 선수들의 ‘몸값 거품’을 비판할 때가 있다. 하지만 애초에 이 계산에 포함되는 것은 몸값의 기준이 다른 FA 계약 선수들이다. FA 선수들과 비 FA 선수들의 몸값 차이는 제도에 따라 강제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마이크 트라웃이 연봉 50만 달러를 받던 시절 WAR 10을 기록했다고 해서, 모든 FA 선수를 ‘먹튀’ 취급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강정호가 지난해 1년만에 5년치 활약을 다 해냈다던가, 이대호가 몸값의 8배짜리 활약을 벌써 해냈다던가, 오승환이 1,000만 달러 어치 활약을 하고 있다던가 등에 대한 논의는 재미있다. 하지만 어떤 회사도 이런 성공을 늘 거두기는 어렵다.
박기태(비즈볼프로젝트)
지속적인 스포츠 콘텐트 생산을 목표로 하는 젊은 스포츠 연구자들의 모임. 일간스포츠와는 2014년부터 협력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