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은 다음달부터 장쑤 쑤닝(중국) 지휘봉을 잡는 최용수(45) 감독의 후임으로 황선홍(48) 전 포항 감독을 선임하고 21일 발표했다.
황 감독은 이로써 서울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황 감독의 별명은 '황선대원군'이다. 황 감독이 포항 시절 외국인 선수들 없이 토종 선수들로만 팀을 꾸리면서 얻은 별명이다. K리그 팀 전력에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큰 편이다. 특히 외국인 골잡이들은 공격진의 경기력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K리그 대부분의 팀이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황 감독은 그런 외국인 골잡이 없이도 대기록을 세웠다. 그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의 패싱 축구 '티키타카(짧은 패스의 점유율 축구)'를 팀에 녹여 토종 선수들만 데리고도 2012년 더블(정규 리그·FA컵)을 일궜다. 포항의 더블은 K리그 역사상 최초의 대기록이다. 당시 포항을 지켜보던 축구 팬들은 황 감독을 '쇄국정책'을 썼던 흥선대원군에 빗대 '황선대원군'으로 불렀다.
이런 지도자 경력을 갖춘 황선홍에게 서울은 낯선 팀이다. 서울은 데얀(35·몬테네그로), 아드리아노(29·브라질), 다카하기 이요지로(30·일본) 등 K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들이 포진한 팀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장까지도 외국인 선수인 오스마르 바르바 이바네즈(28·스페인)다. 2008년부터 사령탑으로 지내면서 외국인 선수들과는 큰 인연이 없었던 황 감독 입장에선 반가우면서도 조심스런 부분이다.
외국인 선수들은 모두 팀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드리아노와 데얀은 각각 리그 득점 2위(9골)와 8위(6골)를 달리고 있는 서울 공격의 핵심이다. 또 다카하기는 오스마르와 함께 서울의 중원과 수비를 오가며 중심을 잡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오랜 기간 최 감독과 동고동락하며 특유의 지도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팀의 중심 선수들로서 자부심도 강할 수밖에 없다.
황 감독은 서울 지휘봉을 잡는 순간부터 외국인 선수들과 교감과 지도 방법을 만들어가는 것이 제1과제가 될 전망이다. 황 감독이 외국인 선수들의 존경을 받을 지도자로서의 자질은 충분하다. 한국 공격수의 전설로 꼽히는 황 감독은 최 감독을 넘어서는 화려한 선수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1991~1992년까지 독일에서 뛴 경험도 있고 K리그에서도 포항 스틸러스 공격을 대표하는 레전드로 남아있다. 일본 J리그에서도 총 5년간 뛰며 외국인 선수로는 드물게 특급 골잡이 칭호를 얻었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 리그 1차전 폴란드전(2-0승)에서 그림 같은 발리슛을 터뜨리는 등 한국이 4강 신화를 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감독이 된 이후에도 축구에 빠져 살았다. 그는 K리그 사령탑을 지내며 전술과 상대 팀 분석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포항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난 2월엔 유럽 축구 연수도 약 2개월간 다녀왔다.
현재 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는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현장도 찾아 유럽 축구의 최신 트렌드를 읽는 데 시간을 보냈다. 그가 서울을 맡아서 하나로 뭉치게 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 이유다.
황 감독은 서울에서 빠른 축구를 펼칠 전망이다. 그는 지난 5월 가진 본지와 인터뷰에서 "만약 다시 감독을 맡아도 빠르고 세밀한 축구를 펼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