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와 '스포테이너(운동선수+엔터테이너)'에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도 유행을 탔다. 이제는 '치어테이너(치어리더+엔터테이너)' 차례다. '끼'와 외모로 무장한 치어리더들이 방송·연예계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치어리더 박기량은 지난 17일 미니앨범 'Lucky Charm'을 발표하고, 가수로 데뷔했다.
'Lucky Charm'은 '행운의 부적·마스코트, 행운의 여신' 이라는 뜻이다. 경기장에서 치어리딩을 통해 에너지를 발산했던 박기량이다. 팬들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앨범 제목을 정했다. 데뷔 앨범에는 총 4곡이 수록됐다. 타이틀 곡 '허슬'은 힙합 그루브와 EDM 사운드에 박기량의 독특한 보이스 컬러가 더해졌다.
올해 10년차 베테랑 치어리더 박기량은 롯데(야구)를 비롯해 울산 모비스(농구), 삼성화재(배구)의 응원을 맡고 있다. 인기는 야구선수 못지 않다. 그녀의 응원을 보려는 사람들 때문에 응원단석은 일찌감치 매진된다. 인기가 치솟자 방송계의 '러브콜'이 시작됐다. 박기량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치어리딩을 선보였다.
높아진 인지도는 광고 촬영으로 이어졌다. 박기량은 워터파크·주류에 이어 최근 스크린 야구 게임 광고까지 찍으며 주가를 높였다.
가수 데뷔 이유는 '차별화'. 박기량의 소속사는 "앨범 발매는 응원단상에서 자신의 노래로 치어리딩을 하는 '차별화'가 목적이다. 박기량은 앨범 작업 전 과정 내내 본업인 치어리더 활동을 병행했다"고 밝혔다.
치어리더의 외부 활동은 연예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SK 응원단의 베테랑 치어리더 배수현은 '머슬퀸'으로 유명하다.
지난 2월 개최된 WBFF 디바 피트니스 톨 모델 부문 1위를 비롯해 다양한 피트니스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배수현은 경기장 밖에서 피트니스로 몸을 단련하는 보디빌더로 활약한다. 외모가 아닌 건강한 몸으로 연예계 문도 두드리고 있다. KBS 예능프로그램 '출발 드림팀'에 얼굴을 비추며 '피트니스 전도사'로 나섰다.
LG와 SK에서 치어리더로 활약하며 큰 인기를 얻은 강윤이는 인터넷 방송으로 발을 넓혔다. 그는 최근 '강윤이와 아재들'이라는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아재'로 불리는 30~50대 중년 남성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방송이다.
강윤이는 20대 여성의 눈으로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치어리딩 이야기는 감초 역할을 한다. 강윤이는 방송에서 "치어리더를 처음 시작한 LG는 저에게 '첫사랑'과 같다"고 말했다. 방송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지 않았지만, '강윤이와 아재들'은 일평균 1만5000건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강윤이의 인기가 팟캐스트 청취로 이어지고 있다.
치어리더의 영역 확대는 야구의 인기와 함께 높아진 인지도 덕분에 가능했다. 대중에게 아직 '신비한' 직업으로 인식되는 점도 방송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치어리더 활동 수명이 짧다는 이유도 있다. 치어리더는 직업 특성상 '젊음'과 '활동량'을 중요하게 여긴다. 때문에 보통 20대 후반, 이르면 20대 중반에 일선에서 은퇴하는 게 일반적이다.
'치어테이너'가 활발한 활동을 펼친다면 치어리더 근무 환경 개선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체의 절반이 넘는 치어리더들이 프리랜서 계약직 신분이다. 보수는 일당으로 지급받는다. 10만~15만 정도다. 화려한 이미지와는 달리 한 달 수입 200만 원을 넘기기 쉽지 않다. 경기장에서 운동량은 선수 못지 않다. 그만큼 부상도 잦지만 재활이나 치료는 언감생심이다.
'치어테이너' 영역이 넓어진다면, 소속사의 관리를 받으며 안정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자신만의 장점을 확실히 한다면 치어리더 활동도 연장될 수 있다. 머슬퀸 배수현은 '건강'을 무기로 불혹까지 응원단상을 지키는 것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