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첫 시즌에 삼성의 팀 성적은 창단 이후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팀 성적과 거꾸로 경영 지표는 사상 최고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 1월, 제일기획은 삼성의 최대 주주가 됐다. '돈 먹는 하마'로 인식되던 야구단 운영에 '경영' 개념을 도입하겠다는 그룹 수뇌진의 의사였다. 제일기획은 구단 지분 인수를 앞두고 "스포츠 구단 마케팅 혁신 작업에 속도를 내는 한편, 팬들에게 보다 만족스러운 볼거리와 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프로스포츠에 영향력이 큰 삼성의 변화는 프로야구 뿐 아니라 타 종목 구단에도 긴장감을 줬다.
관중 증가는 가시적인 변화다. 4일까지 홈 37경기에서 총 52만8805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두산(61만5562명) LG(59만9405명)에 이어 최다관중 3위다. 서울 소재 구단은 한국 인구구조 특성상 원정 팬 비율이 높다. 반면 삼성은 1시간 여 거리인 부산 연고 롯데 팬 유치 정도만 기대된다. 이 점에서 작지 않은 성과다. 구단 역대 최다관중 기록 돌파도 확실시된다. 1999년 세운 최고 기록(55만1349명)에 2만2544명 적을 뿐이다. 평균 관중은 7208명에서 1만4292명으로 98% 늘어났다.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올 시즌 홈 경기의 51.4%를 소화한 가운데 시즌 전체 목표 관중(84만명)의 63%를 넘어서며 '새집 효과' 누리고 있다.
총 입장수입은 68억1691만원으로 지난해 총액(48억6080만원)을 일찌감치 돌파했다. LG(68억7781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관중 수는 아직 작년 전체 수치에 못 미치지만, 입장수입은 이미 초과했다. 객단가(입장수입/관중수)가 9259원에서 12891원으로 39.2% 증가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티켓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에게는 저항심리가 생긴다. 그러나 새야구장에선 주중 요금 기준으로 가장 비싼 VIP석(4만원)이나 중앙테이블(3만5000원) 등 프리미엄석이 가장 먼저 팔려나간다. 소비자인 대구 팬들이 새구장에서의 향상된 서비스에 만족하며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방증이다.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구단도 마케팅 역량을 강화했다. 마케팅 팀 직원은 3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과거에는 마케팅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구단 관계자는 "과거 5만원대 좌석을 마련했다가 이듬해 없앤 적이 있었다. 구장 환경이 너무 열악해 고객에게 미안할 정도였다"고 했다.
대표적인 이벤트가 '금토는 블루다'다. 금, 토 홈 경기 종료 후 3루측 홈 응원석인 블루존에서 약 30여분간 열리는 클럽 파티 형식의 행사다. 적으면 1000~1500명, 많으면 2000~3000명의 팬이 끝까지 남아 분위기를 주도한다. 이를 위해 조명시설을 특별 설치했고, 치어리더와 응원단장이 야광봉을 들고 응원한다. 옛 시민구장에서도 '불금 불토 파티'가 있었는데 그 규모와 분위기가 훨씬 업그레이드됐다.
채성수 삼성 마케팅팀 대리는 "팀이 패한 뒤에 '과연 얼마나 많은 팬이 신나게 즐길까'라고 의구심을 가졌는데 기대 이상의 반응이다. 요즘 팬들은 성숙한 관전 의식과 함께 분위기를 즐길 줄 안다"고 말했다. 지난 5월13~15일 롯데와의 '1982 클래식 씨리즈' 때 대구구장을 방문한 박성하(31) 씨는 "경기 종료 뒤 부산 갈매기를 함께 부르는데 롯데만의 응원곡 같지 않았다. 다들 목청껏 불렀다. 전율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방문한 장욱윤, 지민정씨는 "지금껏 많은 야구장을 다녀봤는데 경기 외적으로 팬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이 마련돼 정말 좋았다. '금토는 블루다'의 경우 아쉬운 주말밤을 즐길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고 얘기했다.
야구장 외관에는 팬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담았다. 삼성이 리드하고 있으면, 파란 조명, 동점 땐 무지개, 지고 있을 때 빨간색 조명이 반짝인다. 대구시와 삼성이 구장 설계 당시부터 외관 디자인을 많이 신경썼고, 야구장 앞을 지나가는 팬들이 경기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국내 야구장에는 처음 도입됐다. 이기광 국민대 체육학과 교수는 "인근을 운전할 때 야구장이 눈에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구장 내 선수 소개 영상도 세 가지 스타일도 준비했다. 정장 착용, 유니폼 착용, 경기 장면 등이다. 메이저리그에선 매 타석 때마다 선수들의 다양한 소개 영상을 제공한다. 전광판에 선수의 어릴 적 사진이나 셀카를 방영하는 팀도 있다. 채성수 대리는 "팬들은 평소 선수의 정장 차림을 쉽게 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경영 수지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구단 재무제표에서 당기순손실은 2013년 121억원, 2014년 17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 256억원으로 돌아섰지만 유형자산(서초동 삼성레포츠센터)처분이익 459억원이 잡혔기 때문이다. 매출액(581억원)보다 매출원가(623억원)이 여전히 더 높았다. 매출액의 상당액이 모기업 지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실제 경영 상태는 더 나빴다.
매출액은 입장, 광고, 사업, 임대, 이적료 수입 등 이뤄진다. 입장수입은 지난해 대비 5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타 기업 광고 판매도 활발하다. 시즌 초반 군데군데 비어있었던 홈구장 광고판은 거의 채워졌다. 광고수입에서 '허수'가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연봉총액 감소, 메리트 폐지 등으로 지난해 424억원이던 선수단 운영비도 줄어들 전망이다.
경영 성과에 비해 팀 성적은 최악이라는 점에서 삼성의 2016시즌은 현재로선 '절반의 실패'다. 크리스토퍼 클랩 플로리다주립대 교수는 지난 2004년 1950~2002년 메이저리그 통계를 바탕으로 "새 구장 첫 해 관중은 전년 대비 32~37%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다목적 구장일 경우 평균 이상 관중 유치는 2년만 지속됐으며, 야구전용 구장일 경우 6~10년이었다. 새구장은 어느 시점이 지나면 더이상 새롭지 않다.
클랩 교수는 "새구장과 관객수나 입장수입 사이에는 체계적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수익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구단주에게 새구장 건설은 좋은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팬들은 좋은 환경에서 좋은 플레이를 보기를 원한다. '좋은 플레이'에서 '승리'는 큰 몫을 차지한다.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는 것 못지 않게 수준 높은 플레이를 하는 팀을 만드는 게 프로야구에서 '경영합리화'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