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극 '옥중화'로 3년 만에 메가폰을 다시 잡은 이병훈 감독은 혼자가 아닌 '허준'·'상도'를 함께했던 최완규 작가와 한배를 탔다. 믿고 보는 제작진의 재회에 제작단계부터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기대에 부응한 '옥중화'는 방송 2회 만에 20%대를 돌파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시작만 봤을 땐 과거 영광을 재현하는 듯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그 파워를 잃어가고 있다. 반복되는 주인공의 성장기와 삼각 러브라인, 그리고 매력적이지 못한 주인공 캐릭터까지 곳곳에 암초가 있다. 보면 볼수록 이병훈표 사극의 한계가 찾아왔음을 느끼게 한다. 이에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고 있다.
19회까지 방송된 '옥중화'는 주말극과 사극이라는 이점 때문에 17%~18%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초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병훈 감독은 왜 '옥중화'로 이전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일까.
▶주인공 성장스토리+삼각로맨스 새롭지 않아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새로운 주인공의 성장스토리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옥에서 태어난 천재 소녀 옥녀가 조선 상단의 미스터리 윤태원이란 인물을 만나 벌어지는 모험기를 담은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간 사극에서 잘 볼 수 없었던 조선 시대 죄수를 관장하던 관서인 전옥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건, 사고들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한 19회까지의 '옥중화'는 그저 아쉽기만 하다. 허준·대장금·동이의 성장기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 악의 축에 맞서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불굴 같이 살아남아 최후의 승자가 되는 과정이 이전의 이병훈표 사극들과 흐름이 같아 신선함을 주지 못하고 있다. 배경과 인물만 바뀌었을 뿐 패턴이 같아 전혀 새롭지 않다.
삼각 로맨스도 반복적이다. '옥중화'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재 극 중 진세연(옥녀), 고수(태원), 그리고 서하준(명종)이 삼각 로맨스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구조다. 앞서 이병훈이 연출했던 '대장금'·'동이'와 비슷한 로맨스 흐름이다.
▶여주 호감도 떨어져…남주 분량 실종
진세연은 연기력 우려를 씻고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존재감은 이병훈 감독의 전작 주인공들보다 약하다. '대장금' 이영애나 '동이' 한효주가 원톱 주인공으로서 조선 시대의 강한 여인상을 보여줬다고 한다면 진세연이 연기하고 있는 옥녀는 그에 비해 힘이 없다.
전옥서 다모와 체탐인으로 이중 생활을 하고 있지만 카리스마와는 거리감이 있다. '옥중화'가 힘을 발휘하려면 여주인공 진세연의 존재감과 활약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주인공 고수의 분량은 실종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명종 역으로 합류한 서하준보다도 고수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고수와 진세연의 러브라인 발전은 미비한데 서하준과 진세연의 러브라인 발전 속도는 빠르다. 주인공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갈수록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다.
▶'악의 축' 박주미 연기 몰입도 깨
'옥중화'에선 아쉬움 점이 또 한 가지 있다. 옥녀에 맞서는 정난정 역을 맡은 박주미의 연기가 몰입도를 깨고 있다. 표독스럽고 악랄하게 연기해야 주인공의 캐릭터가 돋보일 수 있는데 박주미의 악역 연기는 어색하다. 방송 초반부터 어색함을 지울 수 없었던 박주미의 연기는 중반부를 향해 가고 있는 현재도 비슷하다. 악역이 탄탄하게 받쳐줘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다. 양념 요소가 제대로 가미되지 못하니 드라마도 제대로 된 긴장감이나 몰입도를 높일 수 없는 상황이다.
드라마평론가 충남대학교 윤석진 교수는 "그간의 성과를 계승하는 차원까지는 좋았지만 발전시키기보다는 기존 성과에 안주하는 느낌"이라면서 "'대장금'의 수라간이나 '동이'의 도화서 같은 특정한 장소들을 바꾸면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이병훈표 사극은) 패턴화되어 있다. 그 패턴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치명적이란 생각이 든다"고 평했다.
이어 "자기 패턴을 반복하면서도 아니란 느낌이 드니 주변 인물들을 기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 한계를 이병훈 감독이나 최완규 작가 스스로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걸 해결하려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주인공들에 대한 점검이나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주변 인물들을 활용한 코믹 요소들로 보강하는 차원이라는 미봉책을 쓰고 있다. 이 영향으로 중심축에 놓여 있는 인물들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고 덧붙였다.